포렌식 성공해 통화·문자내역 확인 …텔레그램은 비밀번호 필요
텔레그램 대화 상대·내용 주목…'전화기 투척' 이어 묵비권 행사할 수도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새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작업이 진행중인 가운데,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잠금 해제에 성공해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까지 남긴 대화 내용을 확인하는 경우에는, 대장동 의혹 전반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지난 25일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이 참관한 가운데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경찰은 통화 기록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은 비교적 쉽게 확인했으며, 통화 상대 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측 인사를 비롯한 특별히 눈에 띄는 인물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텔레그램의 경우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이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 열어보는 데 실패했고 아직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그램은 사용자끼리 주고받는 메시지를 고도로 암호화해 저장하는 보안성이 강한 메신저다. 서버가 해외에 있고 사용자의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달 중순 새 휴대전화를 개통해 같은 달 29일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 할 때까지 열흘가량 사용했다. 그는 이 휴대전화로 텔레그램을 주로 사용하고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유 전 본부장이 텔레그램으로 누구와 어떤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유 전 본부장이 이 휴대전화를 개통한 시점과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던 시점이 맞물렸다는 점에서 텔레그램을 이용해 이번 사건의 다른 핵심 인물과 대책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다. 또 검찰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 유 전 본부장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뒷일을 도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수감 중인 유 전 본부장을 접견해 메신저 비밀번호를 경찰에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유 전 본부장이 돌연 입을 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은 휴대전화를 창문 밖으로 던지는 등 증거 은멸을 시도한 이력이 있다. 애초 대화 상대·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텔레그램을 이용했다면 끝까지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