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銀,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
라이나, '디지털 손보' 사실상 무산
"당국 규제, 시장성 한계 난관 봉착"
한국 시장 철수를 공언한 씨티·시그나그룹과 한국씨티은행, 라이나생명 임직원 간 진통이 심상치 않다. 수익성 악화 전망과 지속된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에 지친 본사가 탈(脫)코리아를 결정하면서 고용불안정, 금융소비자 불편이 촉발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전 세계에서 큰 성공을 씨티·시그나는 왜 한국을 떠나려고 하고, 이젠 이름만 남은 푸르덴셜·ING 등은 왜 한국을 떠났던 것일까. 씨티·시그나그룹이 다시 불을 지핀 글로벌 금융사의 '탈 코리아' 러시의 배경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씨티와 시그나 그룹이 국내 시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탈(脫)코리아'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거둘 수 있는 수익은 한정적인데, 지나친 당국 규제와 일률적인 독점 구조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씨티, 라이나가 촉발한 국내 시장 이탈 현상이 다른 금융사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업 매각은 모회사인 미국 씨티그룹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다.
씨티그룹은 지난 4월 15일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사업 단순화, 사업전략 재편 등 차원에서 한국을 포함한 13개 나라에서 소비자금융 사업 출구 전략을 발표했다. 씨티은행은 고용승계를 위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다른 회사에 매각하려 했지만, 결국 적절한 매각 상대를 찾는 데 실패했다.
라이나생명도 모회사인 시그나 그룹의 일방적인 국내 시장 포기 소식에 진통을 겪고 있다. 시그나 그룹은 지난 8일 미국 처브그룹에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지역과 터키의 생명·상해보험 등 사업을 약 57억7000만 달러(6조8649억원)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
문제는 매각 전 임직원과 그 어떤 소통도 없었단 점이다. 오히려 시그나그룹이 라이나생명의 매각 가능성을 일축하며, 지난 6월 디지털 손해보험사 신설까지 추진했던 만큼 국내 사업을 지속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디지털 손보 조직은 모든 업무를 스톱한 상태로 매각 과정을 주시하는 중이다.
일각에선 씨티와 시그나 그룹이 국내에서 거둔 수익이 적지 않음에도 한국을 떠나는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씨티그룹은 지난 2019년 초에만 9341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씨티은행으로부터 받았다. 시그나그룹은 지난 10년 동안 라이나생명에서 1조1650억원에 달하는 배당수익을 챙겼다. 결코 적지 않은 수익이다.
하지만 내부사정이 좋지 않았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소매금융 부문에서 1년 새 59.5% 줄어든 1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전체 순이익에서 소매금융 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9%까지 축소됐다. 아울러 라이나생명은 지난 2019년, 전년 3701억원 대비 5.2% 줄어든 351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순익이 전년 대비 악화된 건 11년 만에 처음으로 시그나가 한국을 떠날 분위기는 이미 조성된 셈이다.
더 큰 이유는 지속 강화된 금융당국 규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강력한 가계부채 규제방안으로 금융불균형을 완화와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씨티은행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적은 비중을 차지하던 소매금융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운 시장 규제 방안이 마련된 셈이다.
올해 도입된 금융소비자보호법 역시 외국 금융사의 탈 코리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적합성 ▲적정성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을 주요 골자로 내건 금소법 규제를 도입했다. 이에 보험, 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가 까다로워지면서 금융사 수익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줄을 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기조가 금융 공공성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로 흘러가면서 금융사의 수익성 악화 전망이 줄을 잇기 시작한 부분이 외국 금융사 이탈의 가장 큰 배경"이라며 "외국 금융사가 배당 수익을 가져갈 때마다 불거진 국부유출 논란이나 대형 금융그룹이 사실상 독점해 점유율 확대가 어려운 점도 이탈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사 탈코리아②] "엑소더스 서두르자"…규제장벽 막힌 亞 금융허브 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