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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한소희, ‘마이 네임’으로 증명한 가능성


입력 2021.10.24 09:03 수정 2021.10.24 09:04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여성 혼자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대본 늘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매 순간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 싶다…못하면 채찍질을 해주셔도 좋아”

‘마이 네임’은 서사만 놓고 보면 기존의 언더커버 장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작품이다. 그러나 배우 한소희의 존재만으로도 이 작품에 특별함이 생긴다. 10kg을 증량하며 무게감 넘치는 액션을 펼친 것은 물론, 처절한 연기로 시청자들을 제대로 몰입케 한다.


ⓒ넷플릭스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 드라마다. 주인공 지우를 연기한 한소희가 이번 작품으로 첫 주연에 도전했다.


“대중분들은 제가 주인공인 첫 작품을 ‘알고있지만’으로 기억하시겠지만, 촬영은 ‘마이 네임’이 먼저였다. 긴장을 많이 한 상태로 촬영을 시작했다. 감독님이 대본 보지 말고, 일단 액션부터 하자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 때문에 후반부에 준비할 땐, 이미 몸이 지우가 돼 있었다. 그래서 부담이 크게 줄었다.”


‘마이 네임’은 기존의 누아르, 언더커버 장르와 달리, 여성 캐릭터 지우가 중심에서 극을 이끈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한소희는 주변 상황에 흔들리는 인물이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지우의 주체적인 면모에 강하게 이끌렸다.


“여성 혼자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대본을 늘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 부분이 액션과 결합된 대본을 만나게 된 것이다. 누아르물이라는 것도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였지만,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다.”


지우가 복수를 위해 조직에 들어가고, 또 경찰에 잠입하는 과정에서 화려하면서도 처절한 액션을 선보이며 보는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이번 작품이 액션 누아르를 표방하는 만큼, 한소희도 액션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것에 많은 공을 들였다.


“3~4개월 동안 연습했다.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액션 장면들은 거의 직접 소화했다. ‘부부의 세계’를 할 때는 몸무게가 44, 5kg이었다. 액션을 열심히 하다 보니 먹는 양이 많아지더라. 먹고 싶은 걸 먹었더니 촬영 직전 54kg 정도가 돼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10kg를 증량했다고 했는데, 희순 선배님이 근육으로만 증량을 하셨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지방이 반 이상을 차지했을 것이다. 그래야지만 버틸 수 있는 상태가 되더라.”


‘마이 네임’의 액션은 화려함보다는 감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다,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복수를 다짐하게 된 한 여성의 처절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소희는 이 감정들을 담아내기 위해 지우의 아픔을 계속해서 떠올리며 깊게 몰입해야 했다.


“아버지가 눈앞에서 죽는 장면을 계속 상기시키면서 연기를 했어야 했다. 그런 감정들을 표현하기 위해 내가 지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겁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액션 장면을 찍을 때는 지우에 빙의가 돼서 찍었던 것 같다.”


ⓒ넷플릭스

액션과 깊은 감정씬 모두를 소화해야 했던 한소희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아 만족했다. 그동안 연기를 하며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마이 네임’을 통해 이를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었다.


“작품을 하면서 마음이 뒤죽박죽 할 때도 있다. 이번에 가능성을 작게나마 뚫은 느낌이 있다.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다’, ‘할 수 있으니까 지켜봐 달라’라는 마음이 생겼고, 이게 좋은 욕심으로 바뀌고 있다. 더 많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하고 싶은 계기가 되고 있다.”


‘마이 네임’의 지우가 처한 극한 환경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메이크업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예쁜 비주얼보다는 늘 새로운 얼굴,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단 한소희는 앞으로도 언제든 자신의 민낯을 보여줄 준비가 돼 있었다.


“연기라는 막대한 무게의 직업을 어떻게 표현을 해드릴지 나 자신에게 물었을 때, 절대 예쁘게만은 아닌 것 같다. 망가져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나의 많은 면들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게 어쩌면 조금 예쁘지 않을지언정, 나의 새로운 면, 나만 아는 나의 모습들을 대중들과 공유하고 싶다.”


‘마이 네임’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구독자들의 관심을 받게 된 한소희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앞으로도 꾸준한 채찍질을 하겠다고 다짐한 한소희가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아직은 우뚝 선 것 같지는 않다. 무릎을 편 정도인 것 같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내 에너지의 원천은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 때 생기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까 채찍질을 늘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떳떳하게 살고 싶다. 착하게 살자, 나쁘게 살자를 떠나서 매 순간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 싶다. 못하면 채찍질을 해주셔도, 잘하면 칭찬을 해주셔도 좋다. 연기를 선택한 이상 그래야 할 것 같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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