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LBM 시험발사에 대해
"우리도 하는 국방력 강화 행위"
北의 이중기준 철회 요구와 '일맥상통'
"한미연합훈련을 안 해도 된다"는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이 북한의 '이중기준 철회' 요구를 사실상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연이은 신무기 시험을 '도발'로 규정하지 않으며 북한 눈치보기에 여념 없는 상황에서 외교관 교육·양성을 책임지는 국립외교원장이 '북한 대변인'을 자처하는 모양새다.
홍 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우려는 필요하다"면서도 "지금은 평화를 만드는 시점이다. 한반도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우리가 너무 문제시하는 것이(문제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방력이 북한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북한 미사일 위협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이 소형 전술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를 사정권에 둔 단거리 미사일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원장은 같은날 보도된 한국일보 인터뷰에선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와 관련해 "우리도 하고 있는 국방력 강화를 위한 시험발사"라며 "특별한 도발로 간주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도 단거리이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홍 원장은 국감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묵인했다며 자신의 견해가 '정당성'이 있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우리도 미사일 훈련을 하는데 북한도 (할 수 있다)"며 "서울이 북한에서 50km도 안 되기 때문에 (북한의) 모든 미사일 발사는 우리에게 도발이 된다"고도 했다. 북한의 모든 미사일을 도발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홍 원장은 대북 억지력에 무게를 싣는 대북정책을 "30점 수준"으로 폄훼하며 평화를 만드는 대북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발언을 종합하면, 홍 원장 견해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이라는 수준 높은 대북정책을 펴기 위해선, 국방력 우위에 대한 자신감을 토대로, 북한의 단거리 신무기 정도는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 등을 따질 것 없이, 자체 국방력 강화 행위으로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문제는 해당 관점이 북한이 요구하는 이중기준 철회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는 점이다. 이중기준 철회란 북한의 신무기 시험을 '군사도발'이 아닌 '정당한 국방력 강화 행위'로 봐달라는 뜻이다. 이는 국제규범을 어기고 핵개발을 해온 북한의 무력증강을 비확산 모범국인 한국의 군사역량 강화와 동일선상에 둬야 한다는 억지 주장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북한의 신형 SLBM 등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불법적 행동'임에도 홍 원장은 '단거리 무기이니 자체 국방력 강화로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북한의 억지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홍 원장은 '북한의 이중기준 철회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외교 당국 입장에 공감하느냐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질의에 즉답을 피했다. 대신 그는 "외교라는 게 굉장히 복잡한 일"이라며 "OX문제로 답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는 궤변을 내놨다.
보다 못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북한의 이중기준 철회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자 홍 원장은 그제 서야 "정 장관 발언에 100% 동의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미사일 '사거리'에 주목해 단거리 미사일을 용인하자던 홍 원장이 미사일 '특성(탄도미사일)'에 초점을 맞춘 정 장관 의견에 동조한 것은 비논리적 입장선회라는 지적이다.
정 장관은 "북한의 이중기준 철회 요구는 일방적 주장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며 "북한의 군사적 시위는 분명히 유엔 안보리 결의, 즉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다. 우리는 국제법 테두리 내에서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홍 원장은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북한의 최근 SLBM 시험발사에 대해 "우리도 하고 있는 국방력 강화를 위한 시험발사"라고 옹호했다. 그는 "한반도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우리가 너무 문제시하는 것이 (문제다)"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