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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노조 새 지도부 뽑는다…무분규 유지될까


입력 2021.10.18 06:00 수정 2021.10.15 17:1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금속노조 완성차 3사 집행부, 2년 임기 끝나 올해 말 선거

실리 성향 현대차 집행부 강성으로 교체시 협력적 노사관계 '물거품'

2017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노조원들의 제7대 지부장 선거 모습. ⓒ뉴시스

올해 나란히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무분규로 타결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와 기아자동차지부(기아 노조)가 집행부(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있다.


올해 12월은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한국GM 노조)까지 포함해 금속노조 산하 완성차 3사 지부장 등 집행부의 임기(2년)가 모두 만료되는 시점이라 어떤 성향의 새 집행부가 들어설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내달 10일 선거관리위원회 출범을 시작으로 제9대 집행부 선거 일정에 돌입한다. 집행부에는 지부장과 수석부지부장, 부지부장 등이 포함된다.


입후보자들은 이때부터 선거운동을 진행하며, 12월 2일 1차 투표, 12월 7일 2차 투표를 거쳐 당선자가 최종 확정된다. 당선자 확정공고는 12월 8일 이뤄진다.


현대차와 같은 대규모 사업장 노조의 집행부 선거는 '대통령 선거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정당과 유사한 개념의 현장조직들이 지부장과 부지부장으로 일종의 러닝메이트를 꾸려 출마하고, 당선되면 정부 내각을 구성하는 것과 유사하게 조직 내 인물들로 국‧실 등의 집행부를 구성해 노조 전임자로 활동한다.


기존 집행부를 견제하는, 일종의 야당(野黨) 역할을 해온 현장조직들이 집행부 선거에서 승리하면 정부와 여당(與黨)이 되는 셈이다.


정치판과 마찬가지로 현장조직들의 성향도 각양각색이다. 강경 투쟁을 모토로 삼는 강성 현장조직이 있는가 하면, 실리를 중시하는 중도파도 있다.


2년 전인 2019년 말 선거에서 선출된 현대차 노조의 현 집행부는 중도‧실리 노선으로 분류된다. 쟁의권을 확보해 교섭의 지렛대로 삼되, 실제 파업 돌입은 자제하고 협상을 통해 현실적으로 사측이 수용 가능한 것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교섭 전략을 보여 왔다.


그 덕에 현대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2년간 파업 리스크 없이 원활한 내수물량 공급을 기반으로 양호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임 노조 집행부 시절인 2019년을 포함하면 올해까지 3년 연속 무분규 교섭 타결이라는 전례도 남겼다.


완성차 업계 리딩업체인 현대차의 교섭 분위기는 다른 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같은 현대차그룹에 속한 기아 노사도 올해 무분규로 교섭을 타결했고, 한국GM은 단기간 부분파업이 있긴 했지만 추석 전 교섭을 마무리 지으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집행부 선거에서 현대차 노조에 강성 집행부가 들어서면 이런 분위기는 180도 바뀔 수 있다. 현대차 노조는 강성 집행부가 잇달아 들어섰던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 연속 줄파업을 단행한 전례가 있다.


현 집행부는 올해 교섭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56%의 찬성을 받아 재교섭 없는 타결을 이뤄내며 조합원들의 신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기본급 월 7만5000원 인상에 성과급, 주식 등을 포함하면 임금성 총합이 평균 1800만원에 달하는 교섭 결과를 놓고도 조합원들의 40% 이상이 반대표를 던진 것에서 미뤄볼 때 이번 선거를 통해 강성 노선의 집행부가 다시 들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아와 한국GM 노조는 아직 선거 일정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집행부 임기가 올해로 만료되는 만큼 조만간 선거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 노조의 현 집행부는 강성으로 분류되며, 지난해도 파업을 벌였었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과 고용안정 이슈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 교섭 기준점이 되는(사실상 동일한 조건으로 타결해온) 현대차의 타결 금액이 높은 수준이었다는 점 등을 감안해 무분규로 교섭을 타결했지만, 이런 분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노조 내부적으로 기아 실적이 현대차보다 좋았던 만큼 성과급도 더 많이 받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던 만큼 차기 집행부는 한층 강성 노선의 현장조직이 차지할 수도 있다.


한국GM 노조 집행부는 올해 교섭에서 처음으로 도출했던 잠정합의안에 대해 조합원들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올해 집행부 선거에서 불리한 형국이다.


집행부는 당초 사측과 월 기본급 3만원 인상과 일시금 450만원 지급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1.15%가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이후 추가 교섭을 벌여 1인당 30만원 상당의 자사 브랜드 차량 정비쿠폰과 20만원의 재래시장 상품권을 추가한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끝에 가까스로 타결을 이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협력적 노사관계가 필수”라며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최우선시하는 교섭 파트너(노조 집행부)의 존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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