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회장 ‘깜짝 등장’…라면 직접 끓이며 자신감 보여
시중 라면과 비교 거부…‘건강·자연’에 맛까지 더해
내년까지 매출액 700억원 목표…수출 논의도 진행 중
“자연에서 온 신선한 식재료로 최고의 맛을 낸 라면입니다.”
육가공 전문업체 하림그룹이 라면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림은 라면을 시작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장하는 한편, 기존 육가공사 이미지를 벗고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하림은 14일 20시간 우려낸 진짜 국물로 만든 ‘The미식 장인라면’을 론칭, 라면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인스턴트 식품으로 저평가돼온 가공식품을 장인과 셰프 등이 제대로 만든 요리수준으로 끌어올려, 가정에서도 미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홍국 하림 회장은 “7년전 쯤 막내 딸이 시중에 파는 라면을 먹은 후 입이 부어오르고 피부가 간지럽다고 말하는 아토피 증상을 겪은 것을 보고 인공조미료를 뺀 건강한 라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라면시장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신제품은 사골과 소고기, 닭고기 등 신선한 육류 재료와 버섯, 양파, 마늘 등 각종 양념채소를 20시간 끓인 진짜 국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스프의 형태도 분말이 아닌 국물을 그대로 농축한 액상을 사용했다. 재료 역시 주변 농가에서 공급받은 신선한 자료만 사용한다는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나트륨 양도 기존 라면(1650mg~1880mg) 보다 훨씬 적은 1430mg으로 줄여 국물까지 걱정 없이 개운하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라면이 MSG와 정제염에서 기인하는 과도한 나트륨 함량으로 건강에 해롭다는 고정관념을 깨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장인라면은 건면으로, 제트노즐 공법으로 만들어 면발이 탄력있고 국물이 잘 베이도록 했다. 제트노즐 공법은 짧은 시간에 평균 130℃의 강한 열풍으로 균일하게 건조한 후 저온으로 서서히 말려 면발 안에 수많은 미세공기층을 형성시키는 방식이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닭육수로 배합해 반죽한 면발이다. 전주비빔밥이 사골물로 밥을 하는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건조방법도 공기를 한쪽으로 건조하지 않고 위 아래로 동시에 통과시키는 등 공정과 배합 과정 자체를 기존 라면과 달리 했다”고 자신했다.
◇ 하림 “요리 다운 ‘건강한 라면’ 선보일 것” 포부
하림이 라면 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다양하다. 국내 라면 산업의 영역이 글로벌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라면 수출은 29.3% 늘어나 첫 6억 달러를 돌파했고 올해 1분기에도 18.9% 증가한 1억57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시장에 몰두하지 않더라도 성장 잠재력이 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여기에 라면 시장이 건면, 프리미엄 등으로 세분화 되고 있다는 점도 후발 기업들이 라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주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 도계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컸다. 신선한 닭과 돼지, 소 등을 공급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9km정도의 도계장서 바로 가져와 육수를 만들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판단도 뒤따른 것이다.
윤석춘 하림그룹 사장은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설비가 최적화 돼 있지 않으면 육수를 구현할 수 없다”며 “육수는 되도록이면 한 곳에서 만드는게 좋다. 그래야 훨씬 더 우리가 품질을 보증할 수 있고, 품질의 편차를 줄여나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하림은 마케팅 전략도 차별성을 뒀다. 광고도 기존 라면광고와 색다르게 만들었다. 기존 라면 광고에서 보였던 클리셰적 장면도 과감히 배제했다. 이를 위해 광고 모델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 주인공인 배우 이정재를 발탁하기도 했다.
하림은 국내 라면 시장 안착 후 해외시장에도 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사장은 "이정재를 모델로 기용하기 전부터 해외에서 하림 라면에 대한 많은 문의가 들어고 있다"며 "다만 국내 시장부터 먼저 잡은 뒤 해외 시장에 맞춰 제품을 차별화한 뒤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김홍국 회장도 “아직 제품 초기기 때문에 여러 나라와 상담만 진행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는 수출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유기농에 관심이 많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장인라면이 잘 통할 것이라 본다. 실제 대화를 해봐도 유럽, 미국 쪽이 이야기가 잘 되고 관심이 많다”고 했다.
다만, 하림의 라면 시장 진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프리미엄’을 내세웠지만 그동안 프리미엄을 표방한 고가 라면은 시장에서 외면 당했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라면4사의 시장 점유율도 견고한 상황이라 후발주자인 하림이 두각을 드러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른다.
실제로 현재 국내 라면시장은 농심, 오뚜기 등 기존 강자들이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농심이 55.6%를 차지했으며 오뚜기가 약 25%, 삼양식품 10.7%로 뒤를 잇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우리는 이 라면이 시중 라면과 비교평가되기를 거부하고, 되도록이면 이를 요리로서 평가해주십사 부탁드린다”며 “하림은 자연, 신선을 최우선으로 한 식자재를 사용하고 제품화 할 때는 ‘최고의 맛’이 아니면 소비자들에게 선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투자금액의 3배수를 목표로 잡는데 ‘THE미식'은 1조5000억원 매출이 목표다. 라면은 내년에 700억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며 “장인라면에 이어 삼계탕 라면과, 고명에 차별화를 둔 라면 등 기존 라면과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개발한 라면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