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게임으로 인간 본성 더 확연하게 드러내
오영수, 김주령 등 배우들 전 세계 눈도장
<편집자 주> 영화에 대해 사소한 잡담입니다. 배우, 연출, 배경에 대해 소소하게 혹은 장황하게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오래된 영화일 때도 있고, 지금 막 극장에 걸린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두 개의 영화를, 아니면 한 명의 배우를 이야기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코너에는 기자들의 사적인 감정이 많이 포함됐습니다.
현실에서 많은 빚을 지고 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아가던 기훈(이정재 분)은 지하철역에서 만난 어떤 사람으로부터 이상한 명함을 받는다. 전화를 건 후 한 차량에 오른 후 의식을 잃은 기훈. 눈을 떠보니 이상한 공간에 와 있게 된다. 여기서 기훈은 자신과 일남(오영수 분), 상우(박해수 분)를 포함해 456명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시작된 서바이벌 게임. 최후의 승자는 456억 원의 상금을 가져가게 된다. 그런데 이 서바이벌 게임이 이상하다. 익숙한데 참혹하다. (줄거리)
유명준 : 선배나 지윤이는 오징어 게임 원래 알았어요?
류지윤 : 전 처음 알았어요. 게임 룰이나 이름도 처음. ^^
홍종선 : 알았지. 저처럼 운동신경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무서운 게임. ^^
유명준 : 선배가 직접 해보셨어요?
홍종선 : 응 해봤지. 남자 아이들이 주로 했는데 쪽수 모자라면 여자 끼우는 거라 나처럼 못 하는 아이에게도 기회가 있었던. ^^ 다른 어떤 게임 잘하는 것보다 오징어 게임 잘하는 아이가 멋있어 보였어. 암행어사 되면 진짜 진짜 부러웠고.
유명준 : 이 게임이 사실 남자들에게도 압도적 몸싸움이 허용되는 게임이라. ‘오징어 게임’ 1화에서 게임 설명을 할 때 “아 너무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을 하는데”라고 생각할 정도였죠. 가운데 다리를 건너갈 때, 몸통 밀치기, 날라차기, 태클 등 모든 수단이 동원되는 게임.
홍종선 : 맞아, 다칠 수 있다는 생각, 옷이 뜯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할 만큼 몸싸움이 심한 게임. 무슨 죽음의 강 건너는 것처럼 보여서 나는 아예 가운데 다리 건너 암행어사 되는 건 꿈도 못 꿈. ^^
류지윤 : 오 영화적 설정이 아니라 반칙도 허용될 수 있는 게임이었군요.
홍종선 : 반칙이 아니라 그게 게임의 룰.
유명준 : 작품명을 ‘오징어 게임’으로 할 때, 사실 처음에는 이해 못하다가 마지막까지 보고 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을. 그런데 정작 오징어 게임 모습은 제대로 안 나왔죠. 1화에서 살짝 나오고, 마지막에는 박해수와 이정재가 ‘개싸움’하는 모습으로 그려져서. ^^
홍종선 : 그러니까 마지막 게임으로 등장한 게 좀 아쉬웠어요. 그건 여러 명이 해야 더 박진감 넘치는 게임인데.
류지윤 : 이정재가 해외에서 짠한 아저씨로 인식됐대요. 우리나라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배우인데. ^^
유명준 :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멋있었을 때가 오징어 게임 때 박해수에게 흙 뿌리고 그 다리를 천천히 걸어갈 때. ^^ 진짜 오징어 게임에선 할 수 없는.
홍종선 : 이정재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 드라마인데, 이정재 평소 모습 보면 해외 시청자들 기절할 듯. 노숙자 분위기 아저씨가 완전 007 느낌 나니까.
유명준 : 왕이 될 상이 갑자기 짠한 아저씨 상으로 변신한 거죠. ^^
홍종선 : 하하하 왕이 될 상. 진짜였나 보오. 세계적으로 단숨에 얼굴과 연기력을 알린. 다른 배우라면 10년 걸려도 안 될 일인데. 하물며 이병헌도 BTS도 차근차근 알렸는데
유명준 : 그런데 분위기상 수혜를 입은 배우는 허성태, 정호연인 것 같아요. 이정재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 갑자기 세계적으로 인지도 점프를.
류지윤 : 위하준도요. 팔로워수들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제가 정호연 팔로잉할 때가 100만이 안됐는데. 지금 천만이 넘었더라고요. (14일 기준 2000만 돌파)
홍종선 : SNS 열면 바로 인싸.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받은 배우가 그 셋 모두 아니에요 오징어 게임에서 누가 연기를 못했겠느냐마는 오일남 역의 오영수, 한미녀 역의 김주령 배우에게 마음을 뺏긴.
류지윤 : 어디서 낯이 익다했더니 그 분 ‘스카이캐슬’에서 세리 이모로 잠깐 나오셨던 배우더라고요. ^^
홍종선 : 맞아, 세리 이모. 사실 다른 캐릭터들은 일관돼요. 그런데 오일남은 반전, 한미녀는 매번 살아남기 위해 섹시부터 비굴, 비아냥부터 아첨 등 이런 저런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너무 잘했어요. 두 분 다. 나는 ‘어? 양자경 닮은 한국배우네 에너지 크네’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보니 그 정도가 아니라 아주 롤러코스터를 타며 극의 분위기 메이커를 함.
유명준 : 김주령은 이번에 진짜 확 눈도장을 찍은 상황이죠. 그 전에는 잠깐씩 보였는데요. 오영수 배우는 연극판에서 너무 유명하기에 연기에 대해 뭐라 이야기하기엔 어렵고. 캐릭터의 반전이 대단했죠.
홍종선 : 오영수 배우는 솔직히 이 정도 큰 배우인 줄 몰랐어요, 죄송하게도. 연극을 못 봐서. 그저 영화나 드라마에 잠시 스님이나 신부로 나와서 바탕이 좋은 배우인가 보다 정도만 생각. 종교인은 아무나 연기하는 게 아니니까.
유명준 : 그러다보니 유튜브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꺼리를 만들어내고 있더라고요.
홍종선 : 유튜브에서 어떤 이야깃거리?
류지윤 : 성기훈과 부자썰 보셨나요.
유명준 : 이정재와 부자. 중간에 깍두기로 빠지려 했는데, 이정재가 손 내미는 바람에 망했다는 썰. 오일남이 오징어 게임 만든 이유는 그냥 자기 어릴 적에 놀지 못해서 친구들과 놀려고 만들었다는 설.
류지윤 : 보면 나름 설득 되요. ‘시즌2’에 대한 사람들의 염원 같아요. 이렇게 후에 이야깃거리가 많이 나오는 작품들이 대중에게 역시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놀이가 되어버렸어요. ^^
홍종선 : 오징어 게임 만든 이유는 그냥 자기 어릴 적에 놀지 못해서 친구들과 놀려고 만들었다는 설. 완전 설득력 최강! 돈 버느라 어려서도 젊어서도 못 논 할배. ^^
유명준 : 오영수 배우는 연극에서는 어마어마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죠. 상도 많이 타셨고.
홍종선 : 그렇죠, 찾아보니 연극계에서는 1979년부터 2000년까지 상을 타고. 데뷔가 1963년이니 59년째 연기를 하시는 중. 사실 극단 광장 출신이면 그걸로 끝나는 거지.
유명준 ; 그런데 저 데스게임이 작품 속에서 몇 년 전부터 시작됐는지 찾으신 분? 인터넷으로 보는 장점이 서류 나왔을 때 스톱 시키고 자세히 읽어볼 수 있다는.
류지윤 : 그래서 몇 년도부터였어요?
유명준 : 무려 1988년
홍종선 : 오오. 올림픽 게임부터네. 1989나 1990이려나 했더니. 올림픽 지나고 부자들이 무려해서. 그러고 보니 음과 양, 양쪽에서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네.
류지윤 : 나름 유서 깊은 데스게임이었어.
유명준 : 저 당시가 가장 사회문제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기. 올림픽 한다고 철거민들 양산되고 빈부차 생기고.
류지윤 : 파면 팔수록 새롭네요.
홍종선 : 삼청교육대 생각도 났어요. 오징어 게임에서는 강제연행은 아니지만. 삼청교육대 안에서 목숨 건 게임 시키는 느낌. ^^ 465억의 상금이 없었겠지만 그 안에서는.
유명준 : 오징어 게임이 다른 데스게임이랑 다른 점이 나갈 수 있다는 것. 이게 제일 소름이었어요. 삼청교육대 생각도 났긴 했는데, 오히려 그보다 더 무섭다는.
홍종선 : 나갈 수 있고 나갔는데 다시 돌아오는 것에서 인간의 본성, 돈의 인간에 대한 장악력이 더욱 명확히 드러나죠. 더 비참해지잖아요. 할리우드 영화들 속에서는 인간의 가장 숭고한 면을 침소봉대로 강조하잖아요. 라이언 일병 한 병 구하러 다 출동하고, 어떠한 순간에도 사람이 우선이고. ^^ 그런데 오징어 게임에는 장난이 없어.
류지윤 : 초대장 오면 참여하실건가요?
유명준 : 난 거절.
홍종선 : 나는 못 가요. 운동신경 전교 꼴찌.
유명준 : 지윤이는 갈 거 같은데.
류지윤 : ^^ 전 팀 먹은 사람끼리 죽이는 게임 보고 포기했어요.
홍종선 : 여린 감성. 휴머니즘의 소유자네.
유명준 : 그러나 첫 게임에서 앞 사람 뒷머리 잡을 지윤이죠.
류지윤 : 자신 있죠. 첫 게임.
홍종선 : 난 시간 제한에 걸릴 것 같아. 움직이지 않는 건 그래도 자신 있는데. ^^ 뽑기는 매번 부러뜨려 먹어서. 이제 K-게임 선풍이 일지도.
유명준 : 그런데 게임 이야기를 해보니 다들 분석한 내용이지만, 정말 외국 사람들도 따라 하기 쉬운 게임들이잖아요. 그래서 더 살벌한 거죠.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홀짝’ ‘달고나’가 저렇게 무서운 게임일 줄은. ^^
홍종선 : 룰도 쉽고 따라 하기도 쉬운 게임들을 잘 고른. 단순하니까 게임에 대한 유불리가 아니라 인간성이 드러나는 거죠.
류지윤 : 진짜 단순명료하게 본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게임들로만.
홍종선 : 할머니들이 달고나 좌판 길거리에 많이 벌이셨더라고요. 용돈벌이 되면 좋겠다. 삼청동, 북촌, 익선동을 걸었는데 달고나 풍년이더라는. 나 어릴 적에 그 달고나가 10원이었는데 급 20원으로 올랐어. 그래서 집에서 해 먹겠다고 소다 사고 철사로 찍기 틀 만들고. ^^
유명준 : 그런데 한국에서는 왜 불호 이야기가 나올까요. 전 마치 ‘응사’나 ‘응팔’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오게 할 것 같았는데. 배우들 연기 탄탄하고 볼거리 많고, 게임 추억 속으로 빠지고.
홍종선 : 데스게임 장르에 대한 학습이 돼 있어서 비평 포인트들이 형성돼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비평력이 K-콘텐츠를 키워 오기도 했고. 느린 것 못 참아서 LTE 넘어 5G가 나오며 데이터 전송 기술을 개발하게 했듯이. ^^
유명준 : 비인간적인, 혐오,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많이 맞추더라고요.
홍종선 : 좀 더 설명하면?
유명준 : 성이나 탈북자, 외국인에 대한 혐오, 약자들을 대하는 비인간적인 모습, 여기에 거부감이 생기고, 그것이 작품 평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느낌.
류지윤 : 맞아요. 그 논란이 초반에 꽤 뜨거웠어요. 선정적인 장면들부터 잔인한 장면들이 대부분 약자에 의해 이뤄져서.
유명준 : 사실 이건 어느 순간 전 국민의 ‘드라마 영화 비평가화’ 되면서 종종 보이는 내용이긴 하지만.
홍종선 : 여성이나 탈북자, 이주노동자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박하게 해 왔나를 보게 하는 측면도 있죠. 극이다 보니 과장된 면도 있지만. 혐오를 줄이기 위한 설정이기도 하죠. 만일 노인과 여성 기피, 탈북자나 이주노동자에 대한 무시로 보였다면. 우리 현실이 그만큼 아픈 거죠, 현재.
유명준 : 그런데 그것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최근 자주 반복되면서, 아마 한국 시청자들은 ‘또?’이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그런 내용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냐’라는 반발도 하더라고요. 오히려 외국 사람들은 그것을 떠나서 그냥 게임과 화려함 등을 보는 것 같은데.
홍종선 : 그런 지적도 맞는 평가이기도 해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하지만 시각적으로 반복 노출되다 보면 의도와 다르게 차별을 강화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런 설정과 노출 자체가 불편할 수 있고 혐오로 느껴질 수 있다고 봐요. 이제는 보는 것조차 싫은 거지.
류지윤 : 그런데 그런 모습은 어느 나라에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작품이 나올 때마다 혐오와 표현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는 느낌.
홍종선 : 생각지 않게 전 세계적 인기를 끌다 보니. 우리 치부를 스스로 내보이는 것 같아 우려가 커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분명한 건 없는 현실이 아니기에 표현되는 거고, 제일 중요한 건 사라져야 하는 우리의 못난 모습이죠. 일테면 여자만 놓고 봐도 노인과 같은 맥락에서 체력이 부족한 열등인간으로 취급되고 있는데, 게임 세계다 보니 더욱 그렇게 표현된 측면도 있지만, 여자의 감성과 지혜 등은 적극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있죠. 탈북자와 목사 딸을 통해 그나마 여성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표현되어졌다 싶어요.
류지윤 : 맞아요. 아까 과장되게 설정되기도 하지만 혐오를 줄이기 위한 설정이란 말씀에, 밑줄 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