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 공식 초청
13일 정식 개봉
‘푸른 호수’에는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한 입양인의 처절한 생존기가 정직하게 담겼다. 한 사람의 삶을 기교 없이 담아내며 미국 내 한인 입양아들의 아픔을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푸른 호수’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억울한 이유로 강제 추방 위기에 놓인 남자 안토니오(저스틴 전 분)와 그 가족의 현실을 담은 영화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주목을 받았다.
‘푸른 호수’는 안토니오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담으며 시작한다. 아이 출산을 앞두고 조금 더 안정적인 새 직장을 얻고 싶은 안토니오는 범죄 이력이 있어 고전한다. 의붓딸 제시 앞에서 채용을 거절당하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어 행복하기만 하다.
영화는 중반까지도 소소한 갈등 외에는 안토니오와 그 가족의 행복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안토니오의 이직 문제를 비롯해 버림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제시, 장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안토니오 등 가볍지 않은 가족 문제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돈은 없어도 마음만은 넉넉한 안토니오의 매력이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한다.
영화의 톤이 달라지는 것은 안토니오가 서류 미비로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면서부터다. 세살 때 입양이 돼 30년이 넘게 미국에서 산 안토니오지만 기억도 나지 않는 서류가 부족해 불법체류가 취급을 받게 된다.
담담하게 전개되던 영화도 이때부터 감정적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안토니오와 그런 안토니오 곁에 남고 싶지만 사소한 오해들로 다투게 되는 가족들까지. 허탈함과 슬픔,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이 오가며 관객들을 몰입하게 한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치게 느껴지지 않는 건, ‘푸른 호수’가 안토니오의 문제를 폭넓게, 또 꼼꼼하게 담아내며 현실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안토니오의 감정 이입하게 된 관객들은 그가 처한 다양한 현실들을 마주하게 된다. 안토니오에 대한 편견을 끝내 거두지 못하는 장모, 너무나도 쉽게 그들을 ‘필요 없는’ 사람 취급하는 미국의 법체계, 안토니오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필요 이상의 분노를 표출하는 백인 경찰 등 ‘푸른 호수’는 미국 내 다양한 부조리들을 포착하며 안타까움을 유발한다.
담백한 전개를 바탕으로 필요할 때에 감정을 폭발시키며 관객들의 이입을 영리하게 유도하는 ‘푸른 호수’는 안토니오의 문제를 미국 사회 전체 문제로 확장시키는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영화 말미, ‘푸른 호수’는 추방을 당했거나 추방을 앞둔 입양인들을 소개하며 이것이 허구가 아닌 명백한 현실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시사한다. 안토니오의 정체성 문제에서 시작해 부조리한 현실까지 묵직하게 담아낸 ‘푸른 호수’의 여운은 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푸른 호수’는 오는 13일 정식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