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업체 실태 파악 돌입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에 따라 공식적으로 등록을 마치지 못한 선불업자가 50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기습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하며 환불 대란을 일으켰던 '머지포인트'와 같은 사태가 재발할 우려가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금법 상 등록을 완료하지 않은 상품권 판매업 또는 선불거래업 영위 의심 업체는 총 58곳으로 집계됐다.
발행 잔액이 30억원을 넘고 음식점, 편의점 등 2개 이상 업종에서 사용 가능한 선불충전금을 발행하는 업체는 전금업자로 등록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금감원은 해당 업체를 대상으로 전금법 상 등록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자료 제출을 요청한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전금업자 등록 대상임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등록해야 하는 곳이 있는지 미리 살펴보는 것"이라며 "현재 주요 이커머스를 활용한 상품권 판매회사 및 신용카드사 제휴 업체 위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중순 할인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를 운영하는 '머지플러스'는 갑작스레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전금법에 따른 선불전자지급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다 한계에 봉착해 서비스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머지플러스는 "전금법 등록 이후 다시 판매하겠다"고 고지했지만, 충전금을 환불하려는 이용자 수백명이 한꺼번에 업체 본사로 몰려드는 사태를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머지포인트 서비스가 2018년부터 각종 이커머스에서 판매되며 이용자를 100만명 끌어모으는 등 유명세를 키워왔음에도 서비스 실태를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일각에서는 당시 확대된 사태의 책임을 당국에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 8월 중순 긴급회의를 열고, 머지포인트 사태가 금감원의 감독 영역 밖에서 발생한 문제이긴 하나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유사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실태 조사는 금감원이 내놓은 재발 방지책 가운데 하나다. 전금법 등록 대상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업체가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도록 지원한다는 취지에서다.
금감원은 지난달 추석 연휴 전 자료를 요청했다. 등록 요건을 충족한 업체가 확인되면 최대한 빨리 전금업자 등록을 유도해 당국의 감독 영역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방침이다.
전재수 의원은 "머지포인트 사태는 복잡한 규제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이용하다 발생한 사건"이라면서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58개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면밀한 조사와 함께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