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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네 이노옴!"…막내 등장이 달갑잖은 그들


입력 2021.10.04 06:00 수정 2021.10.04 10:4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경차 모닝‧스파크는 물론, 소형 SUV 베뉴‧티볼리까지 판매간섭

경차 레이는 역으로 판매 증가…차박 열풍‧다마스 단종 효과

현대차 경형 SUV 캐스퍼가 공식 출시된 29일 서울 성동구 캐스퍼 스튜디오에 캐스퍼가 전시돼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현대자동차의 경형 SUV 캐스퍼가 엔트리카(생애 첫 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현대차가 그동안 나머지 완성차 업체들에게 ‘까치밥’으로 남겨뒀던 경차 시장에 다시 진출한 것도 신경 쓰이는 일인데, 경차 중에서도 SUV를 택해 한참 경쟁이 치열한 소형 SUV 시장까지 영향을 주니 파장은 더 크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캐스퍼 출시로 기존 경차 시장에서 경쟁하던 기아 모닝, 한국GM 스파크 등 경차들은 물론, 일부 소형 SUV들까지 판매량에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기아 모닝 "가족끼리 왜 이래!"
모닝. ⓒ기아

현대차그룹의 경차를 대표하던 기아 모닝으로서는 한집안 식구인 현대차의 캐스퍼 출시에 “가족끼리 왜 이래!”라는 하소연이 나올 법도 하다.


가뜩이나 3세대 모닝(2017년 1월 출시)이 나온 지 만으로 5년을 채워 가는지라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쌩쌩한 경쟁자의 등장은 버겁다.


캐스퍼 출시를 바로 앞둔 9월 모닝의 국내 판매량은 1937대로 전년 동월 대비 20.5%나 감소했다.


기아는 10월 경차 모닝과 레이 구매 고객에게 48개월 혹은 60개월 저금리 할부에 계약금 지원, 차량케어 무상가입, 중고차 가격보장 등을 제공하며 판매감소 저지에 나섰다.


◆한국GM 스파크 "창원공장은 어쩌라고..."
스파크. ⓒ한국GM

스파크는 한국GM 내수 판매에 있어 볼륨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모델이지만, 모기업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RV 중심 전략으로 인해 풀체인지(완전변경) 없이 단종돼야 할 운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M이 한국GM에 배정을 약속한 글로벌 신형 CUV의 생산이 본격화되는 2023년 이전까지는 스파크가 명맥을 유지해야 창원공장의 일감을 보장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캐스퍼의 등장은 시한부 환자의 산소호흡기를 떼는 것만큼이나 야속하게 느껴질 만하다.


스파크의 9월 내수 판매량은 1287대로 지난해 9월 2689대에서 반토막 났다. 전월에 비해서도 15.3%나 줄었다.


한국GM은 10월 스파크를 콤보 할부로 구매할 경우 30만원을 할인해준다.


◆쌍용차 티볼리 "소년가장도 끝이로구나"
티볼리.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티볼리는 2015년 출시 이후 소형 SUV 시장을 본격적으로 확장시킨 모델로, 오랜 기간 쌍용차의 내수 판매실적을 지탱하며 ‘소년가장’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이제 그 역할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 모델 노후화로 인기가 시들해진 가운데, 소형 SUV 중 가장 경제적인 가격을 앞세워 ‘가성비’로 버텨 왔지만 캐스퍼의 등장으로 그나마도 힘들어졌다.


티볼리는 엄연히 캐스퍼보다 상위 차급에 속해 있지만 신차의 신선함을 앞세운 캐스퍼와 비슷한 가격대에 속해 있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티볼리의 9월 판매는 971대로 전년 동월대비 49.0%가 줄었다. 전월에 비해서도 33.1%나 감소했다. 반도체 수급차질 등의 이슈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티볼리 출시 이후 월 판매량이 세 자릿수에 머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쌍용차는 10월 티볼리를 일시불로 구매하면 50만원 상당의 안전주행 시스템 딥 컨트롤을 무상 장착해 주고, 3.9% 금리 할부(최대 72개월)로 구매하면 80만원을 할인해준다.


◆현대차 베뉴 "엔트리 SUV는 나였다고!"
베뉴. ⓒ현대자동차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막내에게 동생의 출산 소식은 충격이다. 현대차의 엔트리 SUV였던 베뉴가 딱 그 꼴이다.


현대차는 캐스퍼 출시와 함께 ‘새로운 엔트리 SUV’로 소개하며 베뉴로 하여금 이제 찬밥 신세가 됐음을 절감케 했다.


한때 ‘혼라이프’를 즐기는 2030 세대와 반려동물 동승 고객을 타깃으로 현대차가 야심차게 내놓았던 소형 SUV 베뉴는 이제 같은 차급의 좀 더 큰 사이즈를 지닌 코나와 아래 차급의 캐스퍼 사이에 낀 어중간한 존재가 돼 버렸다.


베뉴의 9월 판매량은 1163대로 전년 동월 대비 26.2% 감소했다. 전월(965대)보다 조금 많이 팔린 건 그나마 위안이다.


동생에 치이게 된 베뉴를 위한 별다른 할인 프로모션조차 없는 건 더욱 서럽다.


◆기아 레이 "덤벼라 캐스퍼…차박은 내가 더 낫다"
레이. ⓒ기아

기아의 또 다른 경차 레이는 모닝과 달리 캐스퍼의 등장에도 여유로운 모습이다. 활용도 면에서 다른 경차와 차별화되는 박스카의 특성이 믿는 구석이다.


레이는 다른 경차들과 마찬가지로 전장 3.6m, 전폭 1.6m 미만의 경차 규격을 따랐지만, 사실상 무제한인 전고(미니밴 카니발도 전고가 1.8m에 못 미치는데 경차 전고 제한이 2m다)는 1.7m까지 높여 공간활용성이 높다.


캐스퍼는 SUV라고는 하지만 지붕 위로 튀어나온 브리지형 루프랙를 제외하면 전고가 1.6m에도 못 미친다. 지상고(땅에서 차 바닥까지의 높이)는 캐스퍼가 더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내공간 차이는 더 크다.


레이는 9월 캐스퍼 출시로 경차 시장이 떠들썩한 가운데서도 전년 동월 대비 32.1%나 증가한 3030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사실 레이는 이미 TV와 유튜브 등을 통해 차박 붐을 일으키며 역주행을 하는 중이었다. 경차이면서도 전고가 높아 공간 활용도가 뛰어난 레이가 차박에 적합하다는 게 증명된 덕이다.


여기에 한국GM의 경상용차 다마스가 단종되며 소량화물 소상공인 수요가 레이 밴으로 몰리는 효과까지 있었다.


이에 따라 모델체인지 등 상품성 면에서 특별한 변화가 없었음에도 올 1~9월 레이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29.3% 증가한 2만6687대를 기록했다.


기아 관계자는 “레이는 박스카의 특성상 활용도 면에서 다른 경차와 차별화되는 데다, 차박 붐 및 경형 밴 수요 확대로 판매량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 캐스퍼 출시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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