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융합에 걸림돌"
"반시장적 규제 혁파해야"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 금융시장의 디지털 혁신 흐름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도 함께 손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금융규제가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실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2022 대선 후보별 경제정책으로 본 한국경제 전망'을 주제로 열린 데일리안 창간 17주년 2020 경제산업비전 포럼에 토론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금융규제의 근본적 틀이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여러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새로운 비즈니스의 등장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조 실장은 "현재 금융 업무가 은행, 증권, 보험 등 권역별로 규정돼 있어 비즈니스의 융합에 부적절한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법 제·개정을 통해 그 사업을 정의하고 이에 대한 여러 규정들을 정비해야 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카카오의 금융플랫폼 논란은 이런 열거주의 규제체계의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라고 소개했다. 금융당국은 카카오페이 등 금융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상당수를 미등록 중개로 판단하고, 이를 중단하거나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등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 측은 해당 서비스가 중개가 아닌 광고라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라 중개업자로 등록하려해도 여러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험 중개를 하려면 독립법인대리점(GA)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행 보험업법은 은행을 포함해 투자중개업자, 상호저축은행 등 금융기관만 GA로 인허가를 받을 수 있어서다. 전자금융업자인 카카오페이는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조 실장은 이런 금융규제의 틀을 바꾸지 않고서는 핀테크 산업을 통해 제공되는 여러 서비스와 충돌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어 혁신이 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금융규제 틀을 존치한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규제 완화와 강화를 반복할 경우 금융규제 시스템만 복잡해지고 디지털 금융 혁신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 같은 규제개혁과 함께 현재의 반시장적 여러 규제 혁파 작업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영세업자 카드수수료 상한제와 같은 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규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조 실장은 강조했다.
그는 "기존 금융규제의 개혁 과정 없이 단순히 동일 업무,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할 경우 핀테크 산업도 기존의 반시장적 과다한 금융규제 틀에 포획돼 디지털 금융 혁신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