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신중론에도 與강경파 "강행 불가피" 한때 확산
정권 말기, 힘의 균형도 청와대에서 여당으로 쏠려
송영길 "당이 중심 돼서 새로운 국가 비전 만들어야"
더불어민주당이 29일 올해 안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내뿐 아니라 유엔(UN) 등 국제기구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일단 물러선 것이다.
대신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가진 회동에서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특위는 여야 동수 총 18인으로 구성되며, 활동 시한은 오는 12월 31일까지다. 특위는 언론중재법 외에도 정보통신망법, 방송법, 신문법 등 언론과 미디어 전반에 대한 개선 논의에 착수할 방침이다.
당초 민주당은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서 언론중재법 처리 시한을 지난 27일로 잡았던 만큼 반드시 이날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을 상정·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낀 민주당 지도부가 입장을 급선회해 특위 구성이라는 대안을 내놨다. 독주 프레임에 갇히는 것이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정국이 경색되고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청와대의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귀국길 기내 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 관련 "지금 언론이나 시민단체나 국제사회에서 이런저런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다만 한때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확산하는 등 예전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정권 말기 힘의 균형이 '청와대'에서 '여당'으로 점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송영길 대표 역시 이날 2021국가경제자문회의에서 "이번에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면 당이 중심이 돼서 새로운 국가 비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해, 향후 주도권을 당이 가져갈 것을 분명히 했다.
송 대표는 "'Supermajority'(압도적 다수)라고 하는 약 180석의 의석을 갖는 민주당이 국정에 협력하지 않는 한 어떤 대통령도 제대로 국정을 끌고 갈 수 없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나아가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언론중재법 합의 처리를 요구하는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서도 공개적인 압박을 가해 논란이 됐다.
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병석 국회의장이 또다시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안건 상정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국회의장이 국민과 한 약속을 스스로 어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언론중재법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장이 제 역할을 안 하는 것"이라며 "만약 계속 상정을 거부할 시에는 의원들의 뜻을 모아 특단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