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도발이라 왜 말을 못해!"…'김여정 하명' 따르는 문정부


입력 2021.09.29 04:29 수정 2021.09.29 00:21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靑·정부, 유감 표명하되

도발로 규정은 안 해

軍, '北 정치일정' 언급하며

미사일 제원 말 아껴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내세워 '이중기준 철회'를 요구한 지 사흘 만에 동해상으로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북한의 이번 군사행동을 '도발'로 규정하진 않았다. 우리나라를 겨냥할 수 있는 신무기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판단을 유보하며 사실상 김 부부장 요구사항을 수용한 모양새다.


청와대는 28일 오전 8시부터 9시15분까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부터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상황을 보고받았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6시 40분경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단거리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전한 바 있다.


NSC 상임위원들은 북한 의도를 검토하는 한편, 한반도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미사일 발사가 이뤄졌다며 유감을 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느냐는 질문에 "NSC가 밝힌 유감 표명으로 입장을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의 '유감 표명'은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 '화답'하는 성격이 짙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25일자 담화에서 남측을 겨냥해 이중기준 철회를 요구하며 △종전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등을 언급한 바 있다.


김 부부장은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 비로소 북남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를 향해 함부로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며 북남 간 설전을 유도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북측의 미사일 발사가 '도발'이 아닌 '국방력 강화를 위한 정당한 군사행위'라고 주장한 것이다.


앞서 김 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우리 군 신무기를 '대북 억지력'으로 과시하며,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한 바 있기도 하다.


국제사회 규범을 어기고 핵개발을 강행한 북한의 군비증강과 비확산 모범국인 한국의 신무기 시험을 동일선상에 놓아야 한다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과거 최고인민회의 개최 모습 ⓒ노동신문
文 정부, 北 최고인민회의
대외 메시지 가능성에 촉각


문제는 북한 군사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우리 군 당국마저 사실상 김 부부장 요구에 순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날 발사된 미사일의 비행거리 및 속도 등이 기존 북한 미사일 제원과 다른 것으로 파악돼 신무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군 당국은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무엇보다 군 당국이 북한 정치일정 등을 고려해 미사일 관련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 눈치보기'를 스스로 인정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미사일 발사 당일,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지난 8월 말 예고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매체들이 "최고인민회의 참가자들의 동향을 보도하고 있다"며 "예정대로 개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해당 회의를 통해 대외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청와대가 북한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군 당국에 '수위 조절'을 주문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6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가 15일 새벽 중부 산악지대로 기동하여 800㎞계선의 표적지역을 타격할 데 대한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
美, 부처별 '오락가락 평가'
韓, '美 설득'에 총력전 펼 듯


하지만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군사행동을 벌였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이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다. 북한의 이웃 국가와 국제사회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북한이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군사도발을 감행했다는 평가를 내린 셈이다.


다만 미 국방부 소속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미국인, 미국 영토, 동맹국에 즉각적 위협이 되진 않는다"는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놔 백악관이 어느 쪽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미국 및 국제사회 비판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듯 '미국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외교부는 이날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유선으로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양국은 해당 협의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최근 담화 등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오는 30일 인도네시아에서 대면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