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평균 9.3%…전년比 1.9%P↑
충당금 적립 선제적 대응 '전화위복'
국내 지방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여년 만에 10% 고지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에는 미래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 문제로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올해는 이런 선제적 대응이 전화위복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다만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 국면은 앞으로의 목표 실적 달성에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은행 등 5개 지방은행의 평균 ROE는 9.3%로 전년 동기 대비 1.9%p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ROE는 회사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수익을 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로, 금융권의 대표적인 경영 효율성 지표다.
은행별로 보면 광주은행의 ROE가 10.7%, 전북은행이 10.6%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3%p와 2.1%p씩 상승하며 나란히 10%를 돌파했다. 이어 부산은행 역시 8.8%, 대구은행은 8.3%로 각각 1.9%p와 2.2%p씩 ROE가 높아졌다. 경남은행의 ROE도 8.1%로 1.9%p 올랐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지방은행의 올해 ROE는 10%를 넘볼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연간 ROE가 두 자릿수 대를 기록했던 건 2010년(11.7%)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지방은행의 ROE는 매년 한 자릿수에 머물러 왔다.
◆코로나 재확산 '최대 변수'
지방은행의 수익성이 이처럼 개선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지난해 5대 지방은행이 쌓은 충당금 전입액은 총 6562억원으로 전년 대비 28.1% 급증했다. 이는 그 만큼 대출에서 예상되는 부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경제적 충격이 누적되면서, 가계와 기업의 빚 상환 여력이 예전만 못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렇게 미리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둔 덕분에 올해는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실제로 해당 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충당금 적립액은 26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나 감소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진행해 온 수익 다각화 전략도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평이다. 지방은행들은 저마다 지역 금융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서울과 수도권에 점포를 늘리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더 나아가 동남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진출도 이제 서서히 성과를 내는 모습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코로나19 재확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타격이 누적될 경우 은행들로서는 추가 충당금 부담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지방은행의 수익성에도 지난해처럼 제동이 걸릴 공산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사의 수익 지표로 여겨지는 ROE 10%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지방은행들로서는 욕심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추이에 따른 충당금 관리가 목표 달성의 핵심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