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전국 규모 시위 벌이고 항의
1년 6개월 지속된 양보에도 상황은 심각
위드코로나로 전환…“이제는 숨통 열어줘야”
“자영업자는 죄인이 아닙니다. 살고 싶습니다.”
지난 9일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 심야 차량시위를 벌였다. 저마다 차량에 ‘길바닥에 나앉느니 죽는 게 더 낫다’ 등이 적힌 현수막을 붙이고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조치에 항의했다. 자영업자들이 전국 규모의 시위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6개월이 넘도록 이어지는 집합 제한 조치에 분노하는 전국 자영업자들이 밤 늦은 시각 도로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정부에 ‘위드(with) 코로나’ 전환과 영업시간·인원 제한 규정 폐지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자영업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정부의 방역 조치에 적극 협조해왔다. 한때 코로나19를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국가라는 찬사를 받을수 있었던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양보와 희생 덕이 컸다.
마스크를 쓰라면 쓰고, 가게 문을 닫으라면 닫았다. 국가가 영업의 자유를 가로막고 제한해도 대부분의 소시민들은 외국처럼 정부의 방역지침에 화염병을 던지거나 백신 맞기를 거부하는 등 경거망동 하지 않고 정부의 방침에 순응했다.
덕분에 세계적으로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은 빚 더미에 내려앉거나 줄줄이 폐업 수순을 밟았다. 멋모르고 들어간 식당에서 감염되면 코로나 환자로 낙인이 찍히고 식당은 폐업 직전까지 몰리는 사태 속에도 ‘방역’으로 포장한 정부의 주문을 따랐다.
그런 국민을 정부는 감추고 속였다. 일찌감치 ‘백신만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말이 나왔지만 K방역 자랑하느라 백신 확보에 실기하고 “백신 구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둘러댔다. “화이자·모더나가 우리와 빨리 계약을 맺자고 재촉한다”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미증유의 사태에 명확한 답을 내기는 힘들다. 하지만 “코로나는 밤에만 걸리냐”, “출퇴근 버스나 지하철이 오히려 식당보다 더 감염 위험이 높지 않느냐”는 자영업자들의 주장은 거리두기 정책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달리 말하면 기존 대책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거리두기를 쉽게 완화했다가 그나마 어렵게 유지해 온 방역 체계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와 의료인력 등 특정 계층의 희생이 바탕이 된 거리두기를 무작정 강요하고 연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외 국가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던 K방역의 실체는 어디에도 없다. 국민들과 정부의 방역을 위한 노력은 둘째 치고 수치가 그렇게 보여준다. 진심으로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려면 그들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풀고 사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단순한 현금 지급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자영업자에겐 삶, 그 이상의 절실한 문제다. 무작정 다수에게 돈만 뿌리면 표심을 얻을 수 있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