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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남편한테 맞으면 112에 신고해도 소용없습니다”


입력 2021.09.14 16:59 수정 2021.09.14 15:34        진선우 기자 (jsw517@dailian.co.kr)

ⓒ게티이미지뱅크

현직 경찰관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해 신고했지만, 결국 남편이 근무 중인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는 한 여성의 청원글이 올라와 논란이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현직 경찰관의 가정폭력을 제대로 수사받을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 A씨는 “저는 가정폭력의 피해자다. 가해자인 제 남편은 현직 경찰관이자 몇 개월 전까지 여성청소년 수사팀의 수사관이었다”면서 “남편의 폭력과 여자 문제로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절박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드린다. 시민들 지켜줘야 할 경찰관이 가정폭력의 주범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2017년 당시 부부싸움을 하던 중 처음 (남편의) 욕설이 시작됐고, 그 이후부터 심한 욕설과 폭언이 계속됐다”면서 “이듬해 육아로 인한 다툼 중에 아이를 안고 있는 제게 욕설과 폭언을 하면서 의자를 집어 던졌고, 제 목을 조르고 이혼을 통보하며 집을 나갔다. 당시에는 아이가 몸이 안 좋아 신고할 생각도 못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

이어 “2019년에는 아이가 보는 앞에서 남편이 구타를 시작했다. 아이는 울어대고 저는 고작 할퀴거나 머리카락을 잡는 게 다였다”며 “남편이 ‘112에 신고해라. 신고해도 쌍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나는 처벌 안 받는다. 나는 사회적 평판이 좋고 여청과 직원들 다 내 동료다. 누가 네 말을 믿어줄 것 같냐’라는 말을 해 저는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A씨는 “시댁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네가 대들어서 맞은 거다. 남자는 여자가 그러면 주먹이 나오게 돼 있다’, ‘내 아들 성격 모르냐. 죽어 지내고 순종하라’ 등의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2월 여자 문제로 다투다가 남편이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한 뒤 생활비를 끊고 통장을 모조리 가져갔다”고 했다.


이에 A씨는 “남편은 여성청소년 수사팀에 장기간 근무해 법의 허점도 잘 안다”며 “현재 여성청소년 수사팀 근무자들도 친한 선후배, 동료인데 누가 제 편에서 공정한 수사를 해주겠냐”고 의구심을 던졌다.


끝으로 A씨는 “남편은 본인의 사회적 지위와 평판을 이용해 신고해도 소용없다는 식의 가스라이팅을 했다”면서 “더는 견디기 힘들어 용기를 내본다”며 글의 취지를 정리하며 마무리했다.

진선우 기자 (jsw5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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