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화·이완 주연
16일 개봉
헤어진 연인에서 일로 만난 사이가 된 한 커플, 티격태격하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어디서 본듯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영화의 거리’가 담은 부산의 아름다운 풍광과 친근한 사투리는 이들의 로맨스를 한층 특별하게 만든다.
16일 개봉하는 ‘영화의 거리’는 영화 로케이션 매니저와 감독으로 부산에서 다시 만난 헤어진 연인 선화(한선화 분)와 도영(이완 분)의 끝났는데 끝난 것 같지 않은 로맨스를 담은 작품이다.
고향인 부산에 대한 애정이 깊어 떠나지 않은 선화지만,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영화 일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여기에 과거 자신을 두고 떠난 전 남자친구까지 일로 만나게 되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된다. 그럼에도 씩씩하고 밝게 상황을 헤쳐나가는 선화의 에너지는 ‘영화의 거리’의 유쾌한 분위기를 단번에 각인시킨다.
굳이 부산으로 돌아와 선화에게 일을 맡긴 도영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답답함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차근차근 드러나는 두 사람의 풋풋한 과거가 점차 흥미를 유발한다.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 서로의 속내를 확인하는 전개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다. 처음에는 ‘일만 하겠다’며 선을 긋지만, 문득 상대의 근황이 궁금하고 반응이 신경 쓰이는 선화의 감정이 공감은 가지만, 다소 뻔한 전개라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영화의 거리’는 이 과정을 부산 풍광과 함께 담아내며 감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감독이 돼 돌아온 도영과 연출부 부원들, 그리고 선화가 부산 곳곳을 누비며 영화의 장소를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큰 스크린으로 부산의 아름다운 장소들을 마음껏 감상하게 된다.
함께 걸었던 골목, 꿈을 키웠던 작은 영화관, 안타깝게 헤어졌던 가로수길 등 선화와 도영이 거쳐가는 장소들에 담긴 의미를 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배경으로만 장소가 활용되는 것이 아닌, 그 안에 두 사람의 서사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의미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도영이 만드는 영화의 거리이자,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기기도 한 부산의 거리들은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와 느끼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한선화와 이완은 능숙한 사투리 연기는 물론, 재회 후 복잡한 속내를 디테일하게 연기하며 현실감을 높인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극이 전개되는 탓에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한층 성숙해진 면모를 모두 표현해야 했지만, 두 사람 모두 능숙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보는 이들을 몰입하게 한다.
한선화는 꿈을 향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선화를 유쾌하게 그려내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면, 이완은 미안함과 애정이 복잡하게 뒤섞인 도영의 속내를 담담하게 표현하며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스케일이 크거나, 새로운 이야기로 이목을 끄는 작품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소소하지만 공감 가득한 이야기들이 보는 내내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영화의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