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수립 73주년 열병식서
절뚝이거나 헐떡이지 않아
북한이 정권수립 73주년(9·9절)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에서 미국을 겨냥한 전략무기를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체중'이 때아닌 주목을 받고 있다.
조금만 이동해도 숨을 헐떡이던 김 위원장이 한결 가벼운 몸놀림과 표정으로 열병식에 참석하자 높은 관심을 받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9·9절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1시간 20분가량 선 채로 행사장을 지켰다. 과거 대외 행보에서 포착된 절뚝이는 걸음걸이나 숨 가빠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몸무게는 지난 2012년 8월 90kg에서 매해 6~7kg씩 불어나, 지난해 11월 140kg에 다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신장이 170cm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기준으로 가장 심각한 '초고도비만(3단계 비만)'에 해당한다.
김 위원장의 '무거운 움직임'은 여러 차례 카메라에 포착된 바 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서도 힘에 부쳐 하거나 어깨를 들썩이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지난 2018년 남북 정상이 백두산을 찾았을 당시, 김 위원장은 아버지뻘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하나도 숨차 안 하신다"고 말하며 숨을 헐떡인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공개석상에 20여 일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신변 이상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음주와 흡연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고혈압, 심장질환 등 가족력을 고려하면 건강상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잠행을 끝내고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 위원장은 불편한 걸음걸이와 굼뜬 손 움직임을 보여 건강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당 창건 기념 열병식(10월10일), 올해 초 제8차 노동당대회 등 주요 행사 전면에 나서 건재를 과시해왔다. 공개행보가 확인되지 않던 지난 5월, 꺼져가던 건강 이상설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듯했지만 잠행 한 달여 만인 6월 4일 정치국 회의에 홀쭉해진 모습으로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당시 평소보다 손목시계를 바짝 당겨 찬 모습이 포착돼 체중감량 배경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기도 했다.
국정원은 지난 7월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김 위원장이 최근 10~20kg가량 감량했다며 건강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통치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에게 '버티기'를 주문하고 있는 만큼, 지도자로서 뚱뚱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부담을 느껴 감량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지난 6월 살을 뺀 모습으로 공개행보에 나섰을 당시 조선중앙TV는 "수척하신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모든 사람이 다 눈물이 저절로 나온다고 한다"는 북한 주민 인터뷰를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