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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이름값에 기댄 스핀오프, 대박이거나 쪽박이거나


입력 2021.09.12 10:01 수정 2021.09.11 14:3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쏟아지는 파생 프로그램

‘운동뚱’·‘여은파’ 뛰어넘는 사례 드물어

오리지널 작품의 흥행에 힘 입어 새롭게 파생돼 나온 작품을 뜻하는 스핀오프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는 분야는 확실히 방송이다. 드라마든 예능이든 기존 작품에서 뻗어나갈 소재를 다양하게 빼낼 수 있고,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발 빠르게 확인하면서 변주를 할 수 있다.


ⓒIHQ, MBC에브리원

지난해 예능가에는 웹예능 형태의 스핀오프 프로그램들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IHQ 예능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의 김민경이 유튜브를 통해 파생 프로그램 ‘오늘부터 운동뚱’을 선보였다. ‘맛있게 더 잘 먹기 위한’ 운동 프로젝트를 실천하며 ‘맛있는 녀석들’의 세계관을 넓힌 동시에, 김민경의 반전 매력이 부각되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이 외에도 MBC ‘나 혼자 산다’의 여성 출연진 박나래, 한혜진, 화사가 뭉친 ‘여은파’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됐었다. 출연자들은 ‘나 혼자 산다’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모습과 케미를 보여주면서 ‘나 혼자 산다’와의 연결고리도, 단독 프로그램의 매력도 모두 챙겼었다.


이후 다양한 시도들이 가능해졌다. 지난 5월 tvN 예능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의 스핀오프 프로그램 ‘아이돌 받아쓰기 대회’가 티빙을 통해 공개됐었고, JTBC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의 주역들을 주축으로 한 ‘유명가수전’이 방송이 됐었다.


두 프로그램 모두 기존 세계관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새 프로그램의 매력도 각인시켰다는 평가였다. ‘아이돌 받아쓰기 대회’는 전국의 시장 음식을 걸고 받아쓰기 게임을 하는 아이돌 버전의 ‘놀라운 토요일’로, 부승관과 은혁, 재재, 라비 등 실력자들 간의 대결이 본 프로그램과 또 다른 재미를 줬다는 평을 받았다. ‘유명가수전’은 이승윤, 이무진, 정홍일의 ‘성장’이라는 뚜렷한 스토리를 각인시키며 기존 팬들과 새로운 시청자들에게 모두 아울렀다.


tvN 드라마 ‘마우스’는 본편에 미처 담지 못한 감춰진 서사를 선보이는 스핀오프 ‘마우스: 더 프레데터’를 공개하면서 기존 팬덤의 더욱 깊은 관심을 유도하기도 했었다.


다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스핀오프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아쉬운 결과를 받아드는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MBC에브리원 대표 예능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파생 프로그램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빌푸네 밥상’(이하 ‘빌푸네 밥상’)은 앞서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핀란드 친구 3인방의 한식 도전기를 다뤘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진 못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맛깔나는 먹방으로 인기를 끌었던 빌푸지만, 직접 식당을 차리기엔 준비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들의 요리 성장기도, 흥미로운 식당 운영기도 아닌, 애매한 매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MBC ‘구해줘 홈즈’의 세계관을 잇는 ‘구해줘 숙소’ 역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집이 아닌 숙소를 찾아주겠다고 나선 ‘구해줘 숙소’는 ‘구해줘 홈즈’만큼의 폭넓은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다. ‘집콕’이 지겨운 이들에게 ‘숙콕’을 추천한다는 의도였지만, 코로나19 상황 속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프로그램을 보며 공감을 하기에도, 대리만족을 느끼기에도 조금씩 부족했다는 평가다.


이들의 애매한 정체성은 스핀오프에도 뚜렷한 목적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기존의 인기 프로그램이 가진 장점을 계승하면서도, 해당 프로그램만의 확실한 매력과 색깔이 있어야 흥행한다는 것이다.


자칫 무리하게 스핀오프를 선보이다 새 시청자의 유입은 물론, 기존 팬들까지 실망하게 할 수도 있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아신전’이 ‘킹덤’ 시리즈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스핀오프로 제작이 됐지만, 강한 호불호를 불렀었다. K-좀비의 활약을 기대한 이들은 아신의 탄생기를 다룬 이번 작품에 실망했으며, 기존 팬들은 갑작스러운 여진족의 영웅화에 ‘킹덤’ 시리즈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졌다고 반응을 하기도 했다.


현재도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배우들이 출연하는 ‘바퀴 달린 집’의 스핀오프 ‘빌려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을 비롯해,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주역들이 출연하는 새 예능프로그램이 방송을 앞두고 있다. 장르와 포맷 불문 다양한 이동들이 이뤄지며 스핀오프가 확대되고 있지만, 단순히 도구에 그치거나 새로운 의미를 보여주지 못하면 안 하느니만 못한 시도가 될 수도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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