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한도·금리 조율 가능성 높아
소상공인 지원 연장 확률도 존재
"목표달성 위해 시장충격 각오해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국내 5대 금융지주회장과 처음으로 만나 대화를 나눈다.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기 위해선 금융지주의 도움이 필수적인 만큼 대출한도와 금리 조정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4차 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이자상환 유예에 대한 지원 여부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고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은행연합회관에서 5대 금융지주회장과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고 위원장은 취임 이후 적극적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처음 회동한 후, 다음 날에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만나 경제·금융정책에 대한 폭넓은 협조와 지원을 확보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가계부채 대책이 주요 현안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모든 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율을 5~6%로 잡아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대출 잔액이 급증하자 당국은 대출한도를 줄이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강력한 대책을 쏟아냈다.
정은보 금감원장도 가계부채에 대한 위험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만큼 취임 전부터 각 시중은행 여신담당자와 협의해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각 차주별 연봉수준으로 줄여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같은 주문은 풍선효과로 대출 잔액이 급증한 제2금융권으로 넘어갔고, 서민 사이에선 대출절벽이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고 위원장이 각 지주회장에게 가계대출 한도를 더 줄여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한은 금융통화위원으로 재직할 당시 금리를 올려 리스크를 잡아내는 대표적인 '매파'로 통했던 만큼 대출금리를 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금리자체는 각 금융사의 영업기밀이지만 가산금리나 우대금리를 조정하는 식으로 대출문턱을 높인다면 대출 취급액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또 이번 달 24일 종료 예정인 코로나19 대출 만기와 이자상환유예 조치 재연장 여부와 관련한 얘기도 오고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상황이 점차 악화됨에 따라 대출 만기연장 조치를 또 연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은행은 부실 채권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지속 이연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 위원장은 전날 열린 중기·소상공인 단체장 간담회에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1년반 이상 지속돼 일부 차주의 상환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우려도 점증되고 있다"며 "금융권과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해당 조치 재연장과 관련한 최적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금융지원이 필수적으로 재연장돼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도 함께 표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임 전부터 금융권 CEO와 소통을 강조했던 만큼 첫 간담회에서부터 가계부채 대책, 금융지원 연장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강력한 규제가 아니고서는 3개월 안에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에 충격이 있을 만한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