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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는 만만하다?


입력 2021.09.09 07:00 수정 2021.09.09 05:08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회'에서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눈여겨보고 있다. 최근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며 무서운 속도로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7일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홍 의원을 꼽은 뒤 “판검사 출신들은 정치를 안 했으면 좋겠다”며 “홍준표 의원도 검사 출신이지만, 검사를 빨리 그만뒀다. 이후 국회의원 5선에 경남도지사까지 지낸 분이다 보니 (검사 색채가) 많이 희석됐다”고 평가했다.


‘상왕’으로 통하는 이해찬 전 대표도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후보가 정치적으로 타격을 많이 받을 것 같다”며 “경선룰 논란도 있고 이런 문제까지 겹치며 홍준표 후보가 상승하는 요인으로 간접적으로 작용한다고 본다”고 했다.


홍 의원을 짐짓 띄워주고 있지만 내부에선 ‘위기감’ 보다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저변에는 홍 의원이 본선 상대로 더 쉽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막말’ ‘독불장군’ ‘꼰대’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중도확장에 방해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홍 의원을 둘러싸고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 논란이 불거졌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홍 의원이 정치권에 오래 몸담으며 당 안팎에 적을 많이 만들었다는 점도 꼽는다. 청와대 출신 여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홍 의원의 말은 국민 누가 들어도 명쾌하고 열광하는 지지층이 있다. 그러나 사이다 같은 발언이 내부를 향할 때는 얼음보다 차가운 비수가 된다. 야권 통합에는 장애 요인이 될 것이다.” 정략적으로 일견 설득력 있는 얘기다.


하지만 민주당이 간과하거나 혹은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홍 의원의 무서운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계층이 보수진영의 전통적 지지층이 아닌 20대라는 점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실시한 여야 대선주자 적합도를 살펴보면, 홍 의원은 20대에서 21.4%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이재명 경기도지사(12.5%)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11.9%)을 모두 앞섰다. 30대에서도 20.6%로 이 지사(21.2%)나 윤 전 총장(21.4%)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홍 의원과 이 지사의 가상 양자대결 결과는 더욱 흥미롭다. 연령별 조사에서 홍 의원 지지율은 60세 이상(48.4%) 보다 20대(52.4%)에서 오히려 높았다. ‘자수성가한 나를 청년들이 왜 지지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던 4년 전 대선과 판도가 180도 뒤바뀐 셈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대의 여론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 부동산 실패, 내로남불, 불공정, 오만이 꼽힐 터다. 가까이는 조국 사태, 안희정·박원순·오거돈 성 추문 등도 원인이겠다.


그럼에도 20대의 민심 변화를 ‘홍준표 지지율’이라는 정략적 틀로 해석하는 일부 여권 인사를 보면 민주당의 '변화맹시'는 그대로인 듯 싶다. 지난 4.7 재보선 당시 오세훈 후보의 유세차량에 올랐던 한 청년은 이렇게 물었었다.


“저도 4년 전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집권세력의 약속에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보다 나은 정치,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던 말이었습니다. 국민은 그 말을 믿고 여러 번의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줬습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기대는 어떻게 됐습니까. 기대와 소망이 이뤄지고 있습니까.”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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