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임기 말 잇단 공직기강 해이…문대통령 레임덕 가속화?


입력 2021.09.09 04:00 수정 2021.09.09 08:49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靑 출신' 산업 차관, 대선 공약 발굴 지시 논란

文 '선거 중립' 당부에도 의중 거슬렀단 지적

"매우 부적절…재발 시 엄중하게 책임 묻겠다"

강력 경고, 레임덕 의식한 처사로 해석되기도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우리 정부는 말년이라는 것이 없을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국회의장단, 상임위원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는 임기 말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고 코로나19 극복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정부 부처 곳곳에서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부처에서 차기 권력에 '줄'을 대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정치권에서는 "공직사회에서의 레임덕은 부각되지 않았을 뿐 오래 전부터 있었다"라는 말이 나왔다.


여권에서는 임기 말에도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40% 안팎을 유지하자, 문 대통령이 역대와 다른 분위기로 임기를 마칠 것이라는 기대가 흘러나왔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하고, 여당은 구심력을 잃은 대통령과 거리를 뒀던 게 임기 말 통상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레임덕 없는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8일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관을 지낸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일부 직원에게 차기 정부에서 이행할 정책 과제를 발굴하고, 대선 후보 확정 전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직접 '선거 중립'을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차기 정권에 대한 '줄대기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으나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방역과 경제회복 등 현안과 민생에 집중하라"고 지시한 지 두 달여 만에 나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부처가 이제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문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진 걸 방증하는 사례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논란이 확산되자, 박 차관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이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참모진 회의에서 "매우 부적절하다"며 "차후 유사한 일이 재발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다른 부처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의 '과잉 의전' 논란에 이어 이번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공직사회의 기강해이가 확산될 것을 우려해 강력 경고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부처 내 레임덕을 의식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 부처에서는 이미 여당 내에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세론이 형성되면서, 이 지사의 공약을 뒷받침할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직사회의 누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타났는데, 부각되지 않았을뿐"이라며 "대선 국면이 가까워질수록 (이런 사례는) 더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야당은 박 차관 관련 논란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 관가가 벌써 '환승 준비'에 몰두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공직 기강 확립의 본보기로 박 차관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또 박 차관의 지시가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국민의흼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청와대 핵심 요직을 거쳐 성공가도를 달리는 그가 청와대와 아무런 교감 없이 그런 간 큰 지시를 했을까"라고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