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생애최초, 특공 물량 30% 추첨제 배정
청약기회 늘었지만 공급부족·대출규제 등 가로막혀
"당장 영끌, 패닉바잉 잠재우기 역부족"
정부가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주택청약 특별공급 물량의 30%를 추첨제로 공급하는 제도 개편안을 내놨다. 청년층 청약 당첨기회를 확대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대출 규제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큰 효과를 거두긴 힘들 거란 전망이 나온다.
8일 국토교통부는 청년특별대책 당정협의회 후속조치 일환으로 신혼부부 및 생애최초 특별공급 제도를 일부 개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부 요건으로 청약시장에서 소외되는 청년층이 많단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오는 11월부터 민간에서 공급하는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물량의 30%는 추첨제로 공급한다. 기존 대기수요자에게 70%를 우선 공급하고 잔여 30%를 새로 편입된 대상자와 우선공급 탈락자를 한번 더 추첨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또 현행 소득기준인 월평균 소득 160% 이하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청약에 나설 수 있으며 1인 가구도 60㎡ 이하 주택에 대해서 생애최초 특공 기회를 주도록 했다. 내 집 마련 이후 출산을 계획하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신혼 특공 30% 추첨 물량에서는 자녀수도 고려하지 않는다.
단 소득기준을 초과할 경우 별도의 자산기준을 적용해 일명 '금수저'의 진입을 제한한단 방침이다. 부동산 자산기준은 올해 기준 3억3100만원으로 건축물가액(공시가격 또는 시가표준액)과 토지가액(공시지가)를 합산한 금액이다. 전세보증금은 제외된다.
지난해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물량이 약 6만가구인 것을 고려하면 제도 개편 시 약 1만8000가구가 청년층에 돌아갈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30세대의 청약 사각지대를 줄여 '영끌', '패닉바잉' 등 부동산 추격매수를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거로 판단하고 있다.
청년층 주택청약 문호를 넓혔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란 반응이다. 그동안은 맞벌이로 소득기준을 초과하거나 무자녀 신혼의 경우 자격요건 미달로 혜택을 볼 수 없었다. 특히 1인 가구는 배제돼 청약 접수 자체가 불가능해 실제 혜택을 보는 청년층이 한정적이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청약 자격이 안 되거나 신청되더라도 가점취득이 어려워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청년들에게는 긍정적"이라며 "비록 추첨 물량이 적더라도 청약기회 자체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약기회를 늘리는 것만으론 부족하단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청년들이 운 좋게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대출 규제에 가로막혀 실질적인 내 집 마련으로 연결되기 힘들 거란 점에서다.
금융당국은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시중 은행들에 가계대출을 관리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이어 인상하거나 일부 은행은 주택 관련 신규 대출 취급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에선 9억원 초과 신규아파트에 특공 물량이 없다. 서울의 경우 특공이 가능하더라도 신규분양 절반가량은 분양가가 9억원을 웃돌아 중도금 대출이 불가하고, 입주 시 시세 15억원을 초과하면 잔금대출 전환이 안 된다. 이마저도 시장 전반의 공급물량이 부족해 무의미하단 평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년들에게 괜찮은 제도지만 현재로선 이를 적용할 주택이 부족하고, 공급이 충분하더라도 대출을 막아버려서 실효성이 없다"며 "공급물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한쪽만 규제를 완화하는 건 빈 수레만 요란한 격. 영끌이나 패닉바잉 현상이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득기준을 넘기더라도 자산소득 3억3000만원 이하라면 여전히 특공이 가능하다"며 "월급은 적은데 부모가 물려줄 자산이 많은 금수저들의 특공 기회는 열려있단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