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제안 통합공모, 경기·인천 및 지방광역시 70곳 접수
재산권 침해 등 개발철회 vs 무리한 동의서 징구 등 갈등 계속
"원활한 사업추진 어려워, 민간과 협력한 정비사업 추진 필요"
정부가 2·4대책으로 추진 중인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사업이 순항하는 만큼 조기 공급효과를 거두도록 사업 속도를 높이겠단 방침이다.
하지만 정작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에선 연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개발 반대를 주장하는 주민들은 집단행동에 돌입했고, 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허위정보까지 동원해 주민동의서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7일 경기·인천 및 지방광역시 등을 대상으로 40일간 실시한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등 민간제안 통합공모 결과 총 70곳이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중 25곳은 토지등소유자 30% 이상 동의를 얻었다.
국토부는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크고 공공참여 사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앞서 6일에는 유튜브를 통해 추석 연휴 전까지 주민동의율이 높은 초기 선도사업지를 대상으로 2차 설명회를 열고 용적률 및 주민분담금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서울 외 지역에서도 도심복합사업을 추진할 기반을 다지게 됐다고 자평하는 사이 인천에선 주민들이 후보지 철회를 위한 공공대응에 나섰다. 앞서 4차 후보지로 선정된 인천 십정동 동암역, 제물포역세권, 굴포천역세권 등이 참여했다. 특히 제물포역세권은 30% 주민동의율을 확보한 곳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주거지역을 주민 상의 없이 무차별적으로 후보지로 발표했다"며 "법적 요건도 무시하고 성급하게 정책을 발표한 이후 이에 맞춰 법을 개정하는 등 설익은 정책으로 사유재산권, 거주권 및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사업 설명회 한번 없이 후보지 선정이 이뤄진 데다 주민동의 2/3만 얻으면 본지구 지정이 가능하다는 점, 찬성 동의서는 후보지 단계에서부터 유효한 반면, 반대 동의서는 예정지구 지정 이후부터 인정되고 일원화된 양식조차 없는 점 등이 지적됐다.
공공복합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모인 '3080 공공주도반대연합회'에 따르면 7일 현재 연대 후보지는 기존 발표된 56곳 후보지 가운데 30곳에 이른다.
한편에선 도심복합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주민동의서 징구가 무리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사업성이 떨어져 공공으로라도 개발해야 한다고 판단한 주민들이 동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과장·허위정보까지 유포하고 있다는 거다.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후보지에선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용적률 상향은 물론 세제 혜택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며 주민동의를 확보하고 있다. 1+1 입주권을 받는 소유주의 경우 친인척 소유로 등기해 양도세 면제 등 혜택을 볼 수 있을 거란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4대책 관련 세제 완화방안이 마련된 것 외에 추가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며 "향후 처분시 다주택자라면 그 기준에 따라서 당연히 세금이 부과된다"고 강조했다.
경기 부천 중동역 일원 후보지에선 기본적인 신분증 확인 절차도 생략된 채 동의서 징구 작업이 이뤄진다. 정부의 동의서 양식에는 토지등소유자 신분증명서 제출이 명시돼 있지만, 시의원이 직접 지자체와 협조해 신분증 제출을 생략하고 향후 보완하면 된다는 안내가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찬성했더라도 예정지구 지정 후 한 달 이내 반대동의서를 내거나, 여의치 않으면 6개월 이후 철회동의서를 걷는 과정에 다시 제출해도 된다"며 "관련 법이 시행되면 별도 반대동의서를 마련해 배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동의서는 지구지정 시까지 제출하도록 돼 있어서 법적 서식을 다 갖추는 게 원칙이지만 그 이전에 보완작업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공공이 주도하는 방식으로는 재산권이 걸려있기 때문에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렵다"며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이 같은 불협화음을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