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2021년 장기요양보험 주요 이슈 분석 보고서' 발표
문재인 정부 들어 보험료 2배 증가에도 불구, 지출 확대로 보험료 고갈
고령화보다 '수혜대상 확대·본인부담 경감' 등 보장성 강화 정책이 문제
"매년 보험료만 더 걷어서는 지속 불가능, 지출 효율화해야"
장기요양보험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격한 보험료 인상에도 불구, 고갈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정부의 수혜대상 확대·본인부담 경감 등 보장성 강화 정책까지 더해진 결과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내던 이들에게만 더 짜내는’ 방식의 임시방편보다 지출 효율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6일 발표한 ‘2021년 장기요양보험 주요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은 지난 4년간 재정 악화를 이유로 보험료를 2배 이상 올렸음에도 누적적립금이 2017년 4.4개월치에서 2020년 0.98개월치로 줄어들었다.
경총은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현 세대와 미래세대의 적정 부담, 보험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는 보험료율 고율 인상을 자제하고 지출 효율화로 정책 기조를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보고서를 통해 보험료 부담의 급격한 증가 추이와 원인, 보험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악화되고 있는 재정 상황, 부당수급에 따른 재정누수 문제 등을 지적했다.
직장가입자 1인당 월평균 장기요양보험료는 2017년 1만3958원에서 2021년 2만9022원(6월 기준)으로 무려 107.9%나 증가했다.
보험료가 2배 이상 급등한 것은 장기요양보험료율이 2017년(건강보험료의) 6.55%에서 2021년 11.52%로 올라 지난 4년(2018~2021)간 75.9%에 달하는 사회보험 역사상 유례없는 인상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또한, 임금 인상으로 인한 보험료 자연 증가, 최근 4년간 12.1% 인상된 건강보험료율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4년 간 건강보험료율과 장기요양보험료율의 고율 인상 결과, 두 보험의 합계보험료율은 2021년 7.65%에 달했다.
합계 보험료율은 2017년 6.52%에서 2021년 7.65%로 17.3% 인상돼 최근 사회보험료 부담이 급증한 주요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보험료가 올랐음에도 보험 재정이 고갈 위기에 처한 것은 지출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르기 때문이다. 통상 고령화를 장기요양보험 지출 급증의 주요원인으로 지적하지만 실제 고령화가 지출 확대에 미치는 영향은 일부에 불과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최근 3년(2018~2020)간 연평균 4.8% 늘어난 반면, 장기요양보험 지출은 동 기간 연평균 20.0% 증가했다. 즉, 고령화 외적인 지출 증가 요인이 더 크다는 의미다.
고령화보다 가파른 장기요양보험 지출 증가세에는 수혜대상 확대·본인부담 경감 등 보장성 강화, 최저임금 인상 등 제도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3년(2018~2020) 간 보험 수급자수가 39.4% 증가했고, 같은 기간 본인부담 경감자수는 161.8%나 증가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최근 보험료 고율 인상으로 보험 수입이 늘었음에도 장기요양보험 누적적립금은 2017년 1조9799억원에서 2020년 7662억원으로 61.3% 감소했다.
이로 인해 당해연도 적립금이 지출을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하는 적립배율은 2017년 0.37배에서 2020년 0.08배로 급락해 현재 장기요양보험은 재정 고갈 위기에 직면해 있다.
부당수급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19년 현지조사 대상 854곳 중 부당청구로 적발된 장기요양기관은 784곳으로 부당적발률이 91.8%였고, 이들의 부당청구금액은 212억원에 달했다.
또한, 부당적발률이 2015년 75.3%에서 2019년 91.8%로 증가했음에도 전체 기관 중 현지조사기관 비율인 조사실시율은 2015년 6.1%에서 2019년 3.9%로 오히려 낮아져다.
경총은 이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경총은 매년 반복되는 보험료율 고율 인상만으로는 보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장기요양보험료율의 안정적 관리, 지출 효율화, 국고지원 확대 등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지금과 같이 고령화에 따른 비용을 장기요양보험료율 고율 인상만으로 충당해 간다면 현 세대와 미래세대 모두 지불여력을 넘어선 과중한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은 장기요양보험의 소득 대비 보험료율이 2021년 0.79%에서 2024년 1.0%, 2036년 2.0% 2042년 3.0% 2048년, 2055년 5.0%로 급속히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총은 장기요양보험료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한편, 요양서비스의 질·이용량에 따른 가격 차등화, 보험 적용 대상 및 본인부담 경감제도 재검토, 재정누수 차단 등 전면적인 지출효율화 정책을 통해 보험 지출 증가세를 억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경총은 고령화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분담 차원에서 현재 예상수입액의 20%로 규정된 정부지원금을 30% 이상으로 인상하고 향후 고령화 추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가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준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2016년부터 2020년 초반 장기요양보험 재정이 고갈될 것으로 예견됐지만, 지금까지 보험료 고율 인상으로 가입자 부담만 늘려온 것 외에는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한 정부 대책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추가 부담을 야기하는 보장성 확대가 아닌 강도 높은 지출효율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장기요양보험료율 결정과 관련해서는 “최근 4년간 2배 이상 늘어난 보험료와 코로나19 장기화로 누적된 피해를 감안해 보험료율 인상은 최소화하는 대신 내년부터 바로 국고지원금을 예상수입액의 30% 수준까지 확대하고 지출절감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