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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강간살해범 신상공개 힘들 듯…이유 있었다


입력 2021.09.03 05:20 수정 2021.09.02 21:43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생후 20개월 의붓딸 강간하고 살해 양씨에 분노 여론…신상공개 국민청원 14만명 돌파

법조계 "피의자 아닌 피고인이라 검·경 신상공개 힘들어"

"아동학대살인죄는 공개대상 범죄 아냐…입법 공백" 지적도

'전자발찌 살해범' 56세 강윤성(왼쪽)과 '영아 강간살해범' 29세 양모씨(오른쪽) ⓒ서울경찰청, 연합뉴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연쇄 살해한 강윤성(56)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가운데, 생후 20개월 의붓딸을 강간하고 살해한 계부 양모(29)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해달라는 시민들의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계부 양씨 사건은 강윤성의 경우 처럼 검경이 공개할 수 있는 수사 단계를 지난 탓에 실제 신상공개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을 내놨다.


서울경찰청은 2일 오후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전자발찌 살해범' 강윤성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했다. 전과 14범인 강윤성은 지난달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각각 여성 1명씩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살인, 인신매매 등 특정강력범죄나 성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 한해 신상공개가 가능하며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사건 ▲죄를 범했다고 믿을 충분한 증거 확보 ▲국민 알권리,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 부합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양씨는 지난 6월 새벽 술에 취한 채 주거지에서 20개월 의붓딸을 이불로 덮은 뒤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후 아이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숨겼다. 학대 살해 전에 아이를 강간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20개월 여아를 끔찍하게 학대하고 성폭행하여 살해한 아동학대 살인자를 신상공개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2일 오후 기준 14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영아 강간·살해범' 양씨 신상공개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그러나 법조계 전문가들은 양씨가 강윤성 처럼 언론에 이름, 나이 등이 공개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하나 강신업 변호사는 "양씨는 지금 재판 단계로 넘어가 피고인 신분이 된 탓에 수사단계에서 논의되는 피의자 신상공개위원회에 올릴 수 있는 조건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검찰이 수사단계에서 신상공개를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검토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씨가 받은 혐의는 아동학대살인죄와 미성년자 강간죄"라며 "아동학대살인죄는 특정강력범죄처벌법에 아직 포함이 안돼 신상공개대상 범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수사기관이 살인죄 가중 처벌규정으로 유권해석을 해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입법을 미리 해놓지 않은 법무부,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또한 경찰과 검찰은 양씨가 수사 초기 당시 일부 혐의에 대해 부인하던 상황에서 성폭행 등을 유죄로 볼 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승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서도 "'13세미만 미성년자 강간죄'는 신상공개 대상 범죄임에도 수사기관이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의 부검 보고서에선 성폭력 여부를 단정할 수 있는 상처가 분명했을텐데, 정말 증거가 충분하지 못해서 신상공개를 못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법원이 양씨의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신상정보 공개명령, 신상정보 고지명령을 내리면 출소 후 신상이 공개될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 법률에 따르면 법원은 '공개명령'을 통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정보통신망(성범죄자알림e)에 공개할 수 있고, '고지명령'을 통해 공개기간동안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이를 고지할 수 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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