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더 깐깐해진 경영평가…공기업들 “시어머니만 늘었다”


입력 2021.09.02 07:02 수정 2021.09.01 18:23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상시·전문적 평가관리 전환 위해

주무 부처인 기재부 역할 강화

전문가·공기업 ‘옥상옥’ 우려

안도걸 기획재정부 차관이 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편방안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가 1일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개선안에 대해 자칫 과도한 간섭으로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 조직 역할 확대가 공공기관 자체 혁신 동력을 떨어뜨리고 기능 효율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기재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평가제도 개편방안은 크게 4가지다. 상시·전문적 평가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평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경영 컨설팅을 강화한다. 성과급 기준을 바꾸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강조된 윤리경영과 안전, 재무성과 반영 비율도 높인다. 평가제도 강화에 맞춰 현재 경영평가 지원 조직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내 공공기관연구센터 조직을 보강·재편하고 향후 전담조직 신설까지 추진한다.


이와 같은 공공기관 평가제도 개편에 전문가들은 실효성을 높이고 전문적인 평가관리시스템 전환에 공감하면서도 공기업에 대한 과도한 압박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전문가와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상시·전문적 평가관리시스템 전환이 공기업 혁신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1년에 한 차례 진행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도 공기업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데 상시 평가 체제로 전환하면 그런 압박이 새로운 정책 시도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몇 해 전 공공기관 경영평가 위원으로 참여했던 A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공공기관 혁신에는 재정이나 경영 윤리 측면의 개선도 있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공기업이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국민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연구하라는 의미도 있다”며 “자칫 이번 제도개편이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 노력을 저해시키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평가제도 개편이 주무 부처인 기재부 입김이 강해지는 방향으로 흐르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동안 경영평가를 외부 검증단에 위임했다가 이번에 점수 오류 문제가 발생하자 기재부가 직접 관리·감독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평가와 검증을 위해 평가단 내·외부에 다중으로 검증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다단계 외부 검증·관리장치에 기재부가 직접 참여한다. 평가결과 발표 전 평가검증단과 공공기관연구센터, 기재부 등으로 구성한 검증위원회를 신설해 최종결과를 종합 검증하는 방식이다.


공공기관연구센터 조직 보강·재편도 사실상 기재부 역할 강화로 볼 수 있다. 공공기관연구센터는 조세연 소속 조직이다. 조세연은 국무총리실 직속 연구기관이지만 원장 임명은 임원추천위원회 추천을 받아 기재부 장관이 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경영평가 과정에서 공공기관연구센터 기능과 역할이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기재부 영향력도 늘어난다고 봐야 한다. 기재부는 향후 공공기관 평가와 지원서비스 전담조직 신설까지 검토하고 있어 이러한 우려가 커진다.


A 교수는 “평가 전문성을 높이겠다며 주무 부처 스스로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기재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대한 역할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솔직히 1년에 한 번 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도 부담되는데 이번에 상시 감독 체계로 바뀌게 되면 그럼 부담이 더 심해지지 않겠나”라며 “앞으로는 평가단과 공공기관연구센터에 이어 기재부 눈치까지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