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된 경선 룰' 있다? vs 없다?
홍준표·정홍원, 상이한 인식 보여
洪 "트랙 도는데 룰 바꾸겠다니"
鄭 "확정안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
국민의힘 홍준표 전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전 대표는 이미 룰이 확정됐고 선수들이 뛰고 있다고 규정해, 아직 정해진 룰이 없다는 입장인 정홍원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과 상이한 인식을 보였다.
홍준표 전 대표는 1일 오후 부산 남천동 국민의힘 부산시당 강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당 사상 대선 때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은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자는 것은 반쪽 국민들만 데리고 경선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홍 전 대표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은 선례가 없다는 점 △경선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를 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본선에서도 압승했다는 점 △대선에서는 정당보다 후보에 대한 판단이 우선된다는 점 △역선택은 이론상으로만 가능할 뿐 실제로는 불가능하다는 점 △이미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기로 결정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후보 경선 사례를 보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나경원 전 원내대표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역선택으로 본선에서 패배하기는 커녕 오히려 압승을 하지 않았느냐는 게 홍 전 대표의 설명이다.
홍 전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경선 여론조사 때 민주당 지지층의 22.7%가 오세훈을 선택했고 나경원은 8.7%만 선택했다"면서도 "본선에 가보니 오세훈 시장이 압승을 하지 않았느냐. 당은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후보는 오세훈을 지지한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처럼 양당제가 뚜렷한 나라에서도 공화당 레이건 대통령이 민주당 지지층 상당수의 지지를 받아 재선까지 수월하게 했다"며 "대선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판단이 정당보다 더 우선할 수가 있다. 그게 대선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전문가들도 여론조사에서 역선택이라는 게 이론상으로는 있을 수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며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라. 갑자기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는데 준비해놓고 있다가 그 (준비된) 대답을 한다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기자간담회에서 홍준표 전 대표는 역선택 방지 조항은 서병수 위원장의 경선준비위원회에서 넣지 않기로 결정해 최고위원회의에서 추인했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을 육상 경기에서 이미 총성이 울려 선수들이 트랙을 뛰고 있는데, 심판이 바뀌면서 룰이 바뀌는 상황에 비유했다.
하지만 정홍원 중앙당선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관위원회의에서 경준위는 당헌·당규에 근거가 없는 임의기구라 룰을 결정할 수가 없고, 최고위에서 이를 추인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향후 홍 전 대표를 비롯한 일부 후보와 중앙당선관위 사이의 공방이 가열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부산시당에서 "경준위는 우리 당의 기구로서 '역선택 방지 조항'은 실효성이 없다고 해서 넣지 않기로 확정하고 최고위의 추인까지 받았다"며 "1500m 경주에서 한참 트랙을 돌고 있는데 바뀐 심판이 경기 룰을 바꾸겠다는 게 상식과 공정에 맞는 처사냐. 말이 안된다"고 일축했다.
반면 정홍원 위원장은 같은 시각 국회에서 "확정된 안이 있을 것 같으면 그에 따르면 되는 것이지, 뭘 사서 고생을 하려고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 논란을 하겠느냐"며 "확정안이 되려면 당헌·당규에 규정되거나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만 확정안이 될 수 있는데, 경준위는 그런 것을 갖추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서병수 전) 경준위원장으로부터 듣기로는 최고위서 결정을 해달라고 건의를 했다는데 최고위에서는 논의가 없었다고 한다"며 "확정안이 있는데 왜 변경하려느냐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