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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습도 다소 높음', 짜증과 짠내가 응원으로 바뀌는 순간


입력 2021.09.01 08:37 수정 2021.09.01 08:3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고봉수 감독 신작

이희준 출연

코로나19 한복판, 재정 긴축 작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낭만 극장은 사장(신민재)과 아르바이트생 찰스(김충길) 두 사람만으로 운영된다. 코로나19 방역 예방과 자금난으로 낭만 극장은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새나오는 한여름, '습도 다소 높음' 경보가 울린 이곳에서 영화 '젊은 그대' GV가 열린다. GV는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습도 다소 높음'은 '튼튼이의 모험', '델타 보이즈'를 연출한 고봉수 감독의 신작이다. 혼자서 매표, 매점, 온도 체크까지 모두 도맡아 하며 인건비를 올리려는 찰스, 여기에 "장사 안돼 죽겠다"라며 방어하는 사장,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로부터 언제까지 꿈만 생각할 거냐고 닦달하는 '젊은 그대' 주연 주환(고주환), 개인정보에 민감하다며 방문자 기록을 하지 않으려는 감독(이희준), GV 사회 보러 왔으니 음료수를 공짜로 달라고 하는 평론가(전찬일), 그리고 영화에 나온다며 시골에 있는 형들을 불렀지만 얼굴은 단 한 컷도 나오지 않는 무명 배우 승환(백승환) 등등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장르가 이보다 더 어울리는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디선가 봤던 주변의 인물들이다.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며 달려가며 서로에게 짜증을 유발하지만, 이 상황을 코미디로 풀어냈다. 코로나19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상황 속에 최선을 다해가는 인물로 보여져 응원하게 만든다. 또 뜨거운 날의 전염병이 극장을 위축시키는 지금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고봉수 감독의 의도도 읽힌다.


이 점이 고봉수 감독의 전매특허 미덕이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4명의 남자들이 4중창 대회 참가를 준비하는 내용의 '델타 보이즈', 고교생 레슬러들의 고군분투기의 '튼튼이의 모험' 등에서 보여줬던 생활밀착형 코미디의 내공이 '습도 다소 높음'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고봉수 감독과 손발을 맞춰왔던 일명 '고봉수 사단' 신민재, 백승환, 김충길은 이번에도 캐릭터를 유감없이 소화한다. 특히 '젊은 그대'에서 얼굴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지만 다음 차기작을 위해 서운함도 감추던 승환이지만, 제작이 무산되며 유튜버로 복싱을 강의하는 모습이 잔상에 남는다. 울 것 같은 눈이지만 단단한 입매와 주먹이 아이러니하게 담겨 무명배우 고군분투기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예술의 취해 까탈스러운 감독으로 출연한 이희준의 활약도 반갑다. GV에서 다른 영화와 비슷하다는 평론가의 질문에 짜증스럽게 대답하는가 하면, 어려운 영화 용어를 줄줄이 늘어놓으며 자신의 예술성을 자신이 평가하는 모습이 진지해서 우스꽝스럽다. 러닝타임 77분. 9월 1일 개봉.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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