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 육영수 생가 방문해 '향수' 자극
"장기 구금에 안타까워하는 분들 공감한다"
'검사 윤석열'과 '정치인 윤석열' 선긋기 전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소임을 다한 것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정통보수층의 지지를 온전히 얻기 위해 '박근혜의 강' 건너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016년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지낸 그는 보수층으로부터 '박근혜를 구속시킨 사람'이란 굴레를 쓰고 있다. 보수정당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선 벗어야할 일종의 정치적 과제다.
충청에서 육영수 향수 자극 '입체적 접근'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충북 옥천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았다. 대선의 캐스팅 보트를 쥔 충청에서 '육영수 향수'를 자극해 보수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다.
윤 전 총장은 "유신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에 불만을 갖는 국민들도 많았고, 국민들이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겠다"면서도 "우리 여사께서 우리 사회의 약자와 낮은 곳에 있는 분들을 늘 따뜻한 모습으로 대했기 때문에 어느 국민도 비판하는 분들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1974년 육 여사 피격 사건을 언급하며 "내가 중학교 2학년이던 당시 문세광의 총탄에 서거하셨는데,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라고 했다. 또 "나 역시도 여사님의 낮은 곳을 향하고, 어진 그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고,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은 청주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사건을 특검에 파견돼 수사에 관여한 건 맞다"면서 "그러나 그건 공직자로서 정부의 인사발령에 따라 나의 소임을 다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어 "박 전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많은 분의 마음에 대해선 공감한다"고도 했다. 또 "(육 여사 생가 방문은) 여사님의 모습을 기억하는 국민으로서 의당 내가 할 것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윤석열'과 '정치인 윤석열' 선긋기
이는 과거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던 '검사 윤석열'과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정치인 윤석열'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며 덧씌워진 굴레를 벗어던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전히 마음을 열지 못하는 전통 보수층에 다가서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지난달 대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송구하다'고 말했는데도, 태극기부대를 위시한 보수층 반대나 저항이 줄어들지 않았다"면서 "과거 행위에 대한 명쾌한 인정으로부터 접근하는 게 더 진솔하게 와 닿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윤 전 총장이 탄핵이나 검찰의 수사를 부정하진 않았다.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월 대구에서 "탄핵은 정당했다"고 과거를 인정하며 '탄핵의 강'을 건넌 것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내 친박계 한 관계자는 "보수가 윤 전 총장에게 가진 반감은 어떤 해명이나 립서비스 발언을 통해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며 "그래서 과거에 계속 머물 필요가 없다. 미래 쪽을 보면서 '이젠 사면하면 좋겠다'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