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비대면 대출 문의 모두 급증
“정부, 대책없이 불안만 자극” 비판
정부의 유례없는 ‘가계대출 조이기’ 압박에 금융권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전방위 대출 규제 발표 이후 패닉 대출 수요가 쏠리는 모양새다. 은행권의 가(假)수요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대책없는 규제로 실수요자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거세진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을 필두로 은행권 연쇄대출 행진이 이어지자, 시중은행에서 대출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대출 중단을 우려한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대출임에도 돈줄이 막히기 전에 미리 자금을 마련해 두려는 공포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이번 달부터 대출 한도가 축소된다는 소식 이후 특별한 자금 활용 목적 없이 자신의 가능 한도를 확인해보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아졌고, 일단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두겠다는 실수요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8월 26일 기준)은 143조1804억원으로 지난달 20일 이후 불과 7일만에 2조8820억원이 불었다. 이는 직전 1주일의 약 6.2배 많은 수준이다.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같은기간 2조6921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직전 기준 7.8배에 달한다.
특히 조만간 주택을 마련하려던 계획을 갖고 있던 이들의 마음은 더욱 급해지는 모습이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언제 물꼬가 막힐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농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자 기존에 거래가 없던 다른 은행에까지 대출 가능 여부를 묻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지방은행 지점 관계자는 "규제 공론화를 기점으로 지역 연고와 무관한 서울, 수도권 고객들의 대출 문의도 예전에 비해 2~3배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 쇼핑족들의 발걸음까지 분주해지는 분위기다. 수도권의 한 시중은행 점포 관계자는 "좀 더 낮은 이자율의 신용대출 대환을 알아보기 위한 신규 고객들의 내방이 이번 주 들어 부쩍 잦아졌다"며 "금리 인상 이후 기존 신용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려는 질문이 예전보다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저축은행으로 눈을 돌리는 실수요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주요 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제일 많이 문의 주시는 건 '한도축소' 관련 사안”이라며 “한도 축소가 이미 시행중으로 총량규제에 묶여서 한도 여유가 충분치 않지만, 수요는 여전히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도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안 되는 분들이 대체로 2금융권으로 넘어온다”며 “중금리대출도 총량규제에 대한 고객 문의도 많은 편”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대출규제가 쏟아지기 전부터 과거 저축은행 사태로 당국의 시선을 많이 받고 있는 만큼 생각 보다 규제가 심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당분간 대출 중단 및 축소 후폭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달부터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카카오뱅크 등이 가계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키로 했다. KB국민은행은 마이너스통장 대출 최고 한도를 5000만원으로 축소했다. 5대은행에서 5000만원 이상의 마이너스 통장은 자취를 감추는 것이다. 금융당국에서는 더 이상의 대출중단이나 축소계획은 없다고 못박았지만, 은행들이 몰리는 대출을 막기 위해 향후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이달 아파트 전세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주거래 은행에서 전세 대출 중단 소식을 듣고 답답해 한숨도 못잤다”며 “신용대출도 연봉 한도 이내로 제한해버리니, 집 없는 사람들은 평생 무주택자로 살아가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연쇄 대출 중단에 따른 풍선효과는 9월 말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10월부터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신규 주담대 대출금리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