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2022년도 예산안에 현장공감예산 20선 반영
'정인이 사건' 공분 일으킨 아동학대 대응 300억 늘려
"직원들 7600㎞ 전국 누벼…현장 목소리 예산 반영"
고(故) 이건희(1942~2020) 삼성 회장이 기증한 국보급 포함한 2만여 점의 문화재가 국민 곁으로 간다. 조선 영조 27년(1751년) 소나기가 지나간 뒤 안개가 자욱한 인왕산의 절경을 담은 국보 제216호 '인왕제색도', 삼국시대 금동불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국보 제134호 '일광삼존상' 등이 대표적이다.
기획재정부가 31일 발표한 2022년도 예산안에는 고(故)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국보급 문화재 관리와 대국민 전시 및 지역 특별전을 위한 예산 58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이 회장이 남기고 간 기증품은 국보급 14건, 보물급 46건 등 60건의 국가지정문화재를 포함해 약 1만1023건이다. 기증품의 규모는 물론 문화적, 역사적 가치 걸맞게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문화재 등록과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시급하다.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 인력 채용과 장비구입, 연구용역 등 예산 지원이 필요한 데 내년도 예산에 기증품 관리를 위한 등록·연구비용 및 시설개선 등으로 정부가 33억원을 배정했다.
또 이른바 '고 이건희 컬렉션'을 국민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공개 전시 및 지역 특별전을 위한 예산 25억원도 반영했다. 이 예산으로 현재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특별공개전에 이어 내년에는 연합 특별전과 미술품 특별전, 지역 특별전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예산은 소관부처나 지자체, 시민·사회단체가 먼저 제안한 예산 사업이 아니다. 기재부 예산실이 국고 지원이 필요한 곳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편성한 '현장공감예산'이다.
일명 '정인이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아동 학대 범죄에 대응하고,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예산도 내년에 300억원 증액됐다. 예산실 직원들이 학대피해아동쉼터를 찾아 실태를 파악하고, 취약아동 보호 간담회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덕분이다.
이렇게 해서 법무부 소관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복권기금으로 각각 지원하던 예산을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 이관했다. 예산도 올해 727억원에서 300억원 늘어난 1024억원을 편성했다.
붉은 수돗물, 수돗물 유충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낡고 녹슨 옥내급수관 개선비용도 현장공감예산을 통해 39억원이 새롭게 반영됐다. 공공재인 수돗물을 국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지자체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 현장 목소리에 응답한 것이다. 오래된 주택이나 건물의 옥내급수관 교체 비용을 지원한다. 2년간 취약계층 등 8747세대에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예산실 직원들은 한센인들이 생활하는 소록도를 찾아 열악한 병원 시설의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 예산을 반영했다. 내년도 소록도 병원과 생활 환경 개선 예산은 17억원 증액된 65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밖에도 집행이 저조했던 중증장애인 출퇴근 비용 지원 사업은 실수요자 위주로 다시 짰다. 보호종료아동의 완전한 홀로서기를 지원하기 위해 자립수당 지급 기한 연장과 중증 장애아 가족 돌봄 서비스 확대 등을 위한 예산 증액도 현장공감예산으로 이뤄졌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은 "현장공감예산을 위해 예산실 직원들이 전국을 돌아다닌 이동 거리만해도 7600㎞에 달한다"며 "간담회나 지방재정협의회 등을 통해 정책 수혜대상자인 현장의 목소리를 예산에 반영해 국민 실생활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려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