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우산 의전' 경계령
윤석열, 우산 직접 들거나 비 맞아
주변서 우산 들어주려 하자 적극 거절
정치권에 '우산 의전'에 대한 주의령이 내려졌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의 '무릎 의전' 논란이 커지면서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캠프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우산 의전'을 적극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전 총장은 30일 국회 세종의사당 예정부지를 둘러보기 위해 세종시 연기면을 찾았다. 윤 전 총장은 오전부터 내린 빗방울이 굵어지자 차에서 내려 직접 우산을 들고 이동했다.
그는 이춘희 세종시장으로부터 의사당 건립 추진 경과 등을 보고 받으면서도 직접 우산을 들고 있었다.
윤 전 총장이 '우산 의전'을 거부하는 모습은 윤 전 총장 주변으로 인파가 물려들어 사진 촬영이 힘들어지자 발생했다. 사진 기자들로부터 '우산을 더 위로 들거나 뒤로 빼 달라'는 요청이 나왔고, 마침 빗방울도 약해지자 윤 전 총장은 결국 우산을 접고 브리핑을 듣기 시작했다.
이때 뒤에서 누군가 윤 전 총장의 우산을 대신 들어주려고 했고, 현장 곳곳에 있던 캠프 관계자들이 "우산을 들어주지는 마시라"고 말리면서 무산됐다.
윤 전 총장이 이같이 '우산 의전'을 거부하는 장면은 이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서너 차례 더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수행실장을 맡은 이용 의원은 주변인들이 윤 전 총장 근처에 있는 직원이 우산을 씌워주려 할 때마다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앞장서서 말렸다.
윤 전 총장 본인 역시 누군가 근처에서 자신을 향해 우산을 대신 씌워주려고 하자, 손으로 우산을 밀어내며 거절했다. 결국 약 30분 동안 이어진 현장 일정 내내 윤 전 총장은 직접 우산을 들거나, 내리는 비를 그냥 맞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세종의사당을 설치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윤 전 총장과 함께 부지를 찾은 정진석 의원도 내내 함께 비를 맞았다.
최근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과잉 우산 의전으로 뭇매를 맞자, 논란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강 차관은 지난 27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 정착과 관련한 브리핑에 나섰는데, 브리핑 내내 직원이 무릎을 꿇은 채 손에 우산을 높이 쳐들고 '우산 의전'을 하게 만들어 과잉 의전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윤 전 총장의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게 하기 위해 취한 조치"라며 "윤 전 총장 역시 과잉 의전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이미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