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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애들 싸움 같습니까? [정채영의 영한시선]


입력 2021.08.31 06:00 수정 2021.09.01 19:03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확실하게 처벌하지 않으면, 엄청난 피해와 사회적 비용 치러야

학교폭력 ⓒ게티 이미지뱅크

"안 돼, 돌아가. 바꿔줄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이제는 유행어가 된 천종호 판사의 말이다. 이 말이 유명해진 이유는 학교폭력 사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재판부의 단호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나날이 영악해지는 학교폭력에도 화해를 강요하는 학교와 고작 한 두 시간의 예방교육은 학교폭력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전문성이 없는 담당 교사와 솜방망이 처벌은 피해자의 호소를 목구멍으로 도로 삼키게 만든다.


학교폭력은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매일같이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안에서도 이뤄지는 사이버폭력까지 늘었다. '틱톡' 앱에 일부러 싸우는 영상을 올려 따라 하는 문화인 '싸지'나 한 친구를 카카오톡 채팅방에 초대해 따돌림시키는 '카톡 지옥' 등 알 수 없는 이름의 폭력이 기형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반해 예방교육은 요식행위에 그치는 수준이다. 학교폭력의 원인을 알아내고 빠르게 바뀌는 형태를 파악해 실질적인 교육을 해야 하지만 현실에서 이뤄지는 예방 교육은 모니터를 통한 한두 시간의 교육이 전부다. 여기에 학교폭력 현장을 모르는 공무원들의 면피용 교육은 아이들에겐 소귀에 경읽기다.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학교마다 있는 1명의 담당 교사는 담임의 업무처리와 동시에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업무가 가중되면 학교폭력 업무에 소홀해지게 마련이다. 특히 기피 업무인 탓에 담당 교사가 자주 바뀌면서 교사들의 전문성은 계속 떨어져만 간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과의 분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어른들은 학생이라는 이유로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관계 회복을 내세우는데, 이렇게 억지로 합의가 이뤄지면 가해 학생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끝난다. 피해 학생으로선 끔찍한 현실이다.


또 가벼운 처벌은 피해 학생에게 '신고를 해도 소용없다'는 무력감만 안긴다. 학교폭력이 재발해도 침묵하게 만드는 것이다. 반면 가해 학생에겐 반성을 이끌어내기 어렵고 오히려 처벌에 대한 반발심만 키워 재발 위험성을 키우게 된다.


피해 학생이 부담 없이 학교폭력을 신고하고 상담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또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분리하고 사안에 대한 확실한 처벌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학생 모두가 체감하는 교내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학교는 더 이상 학교폭력을 아이들 싸움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는 엄청난 피해와 겉잡을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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