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사거리엣어 발생한 이른바 '선릉역 배달 오토바이 사망 사고' 유족이 슬픔도 채 가시기 전 악성 댓글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며 비난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은 28일 성명서를 통해 "선릉역 오토바이 라이더가 사고가 난 지 3일째다. 그러나 유가족은 마음껏 슬퍼하기가 어렵다. 기사도 보지 못한다. 악플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고 당일 해당 오토바이 운전자의 어머니가 여러 차례 전화한 기록이 담긴 발신목록과 메시지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어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는 아들에게 "전화 안 받네. 내일 백신 맞는다면(서) 어디갔냐"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노조 측은 "한 어머니가 있다. 자식의 직업이 배달 라이더라 라이더 관련 소식은 뉴스에서 꼭 본다. 수많은 사고 소식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자식에게 전화를 걸었던 어머니는 선릉역 사고를 보고도 자녀에게 전화했다.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바로 선릉역에서 사고가 난 라이더 어머니가 자식의 죽음을 접한 과정"이라고 전했다.
고인의 동생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빠는) 79년생이고 열심히 살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다니던 직장이 문을 닫아 쉬다가 배달이 힘들지만 돈벌이가 된다며 올해 3월부터 시작했다"며 "저희가 너무 걱정돼서 하지 말라고, 꿈자리 사납다고 계속 걱정했다. 그때마다 괜찮다고 했다. 오빠도 조심히 다닌다고 했는데 결국 이런 사고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오빠 기사를 못보고 있다"며 "남편이 배달의민족에 기사나 댓글을 온라인 상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배민은 법무법인 통해 조치된다고 했다. 그래도 너무 많이 퍼져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저희는 두 번 죽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사고를 낸 트럭기사에 대해 "그분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본인도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겪을 것 아닌가. 그분도 위로하고 싶다. 그분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고인의 동생은 빠르게 처리해버리려는 모습으로 느껴졌다는 배민 측에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배민에서 가장 처음 조문을 왔다. 처음 도의적인 책임으로 장례비 일부 지원을 말했을 때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려 준 것 같아 감사했다"면서도 "이후 장례비에 대한 보상보다 조의금 성격으로 빠르게 일시 지급을 해 지원한다고 했다. 그 말이 우리에게는 위로하는 말이 아니라 모든 것을 빠르게 처리해 버리려는 모습으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도의적인 책임을 돈이 아니라 장례 절차 전체에 대한 애도로 보여달라, 돈은 안 받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노조 측은 "라이더의 최소한의 안전망인 배달 오토바이 공제조합 설립에 나설 것"이라며 "공제조합을 통해 저렴한 보험료, 의무 유상보험, 안전교육, 배달 교육 등을 책임지고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