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경쟁 “수입농산물 늘어날 것”
“식량안보·도농가치에 역행”
문제가 된 부실 군 급식에 대한 후속조치로 군이 식재료 공급을 기존 수의계약 방식에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키로 한 방침을 두고 국내 농축산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군은 입찰방식으로 식재료의 품질을 올려보겠다는 취지지만 농협을 비롯한 농업계는 이를 두고 “부실 군 급식의 본질적인 문제는 ‘조리와 급양관리’였음에도 군인들의 영양을 책임진 국산 농축산물을 배척하는 입찰방식을 도입하는 등 식량안보를 역행한다”며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 농업계는 저가의 경쟁입찰 등의 제도를 통해 로컬푸드가 밀려나고 수입산 농산물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며 “국가의 도농상생 가치에 반하는 입찰방식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 최근 일부 부대가 시범적으로 경쟁입찰을 시작했는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 올린 식재료 조달공고를 보면,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등의 품목에 외국산 농산물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은 2010년부터 운영 중인 학교급식시스템으로, 국방부가 장병들에 대한 급식 질 개선을 위해 최근 장병 급식에 적용키로 했고, 점차 군단급에서 사단단위로 범위를 넓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경쟁입찰 방식으로 대기업의 군 급식 식자재 납품이 증가하면 외국산 식품 공급이 늘어나는데 따른 군 시설 인근 접경지역 등의 농가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한우협회는 “학교급식 등의 공공급식은 지역농촌과 공공조달체계를 구축해 도농상생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선순환체계를 확대하고 있는데, 군납 입찰방식 변경은 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공공부문부터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며 수입 농축산물 급식을 추진한다면 대한민국 농축산업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협회는 “최근 문제가 된 군납입찰 서류의 현품설명서에는 각 식자재의 냉장·냉동 여부·원산지·중량·취급품목·업체명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어 과연 경쟁입찰은 맞는지, 특정업체의 낙찰과 이익을 위한 특혜가 아닌지도 의문스러울 뿐”이라면서 특혜시비를 거론하며 입찰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장병들이 원하는 질 좋은 식품재료를 경쟁을 통해 조달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입찰방식 전환을 추진하고 있고, 국산 농축산업계는 부실급식의 주 원인인 취사병과 미비된 제반관리 시스템이 문제인데 현행 조달체계를 바꾸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가격보다 질 좋은 식재료 공급의 관건은 조달방식의 문제 보다는 예산과 관리시스템의 변화가 더 시급한 상황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