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사망자 13명…부상자 18명
서방 주도 대피작전 지속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와 관련한 대국민 연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정보 당국이 이번 테러 배후로 IS 지부를 자처하는 IS-K를 주목하고 있다며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군 철수와 맞물린 탈레반의 세력 확장으로 아프간 정세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IS 등 테러단체들의 존재감 과시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특히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이 지난 15일 카불을 장악한 이후, 공항 주변에 탈레반 보복을 피해 국외로 도피하려는 인파가 대거 몰려 이를 겨냥한 테러 우려가 컸다.
실제로 프랑스군 수송기는 지난 22일 카불 공항에서 이륙할 당시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미사일 회피 장치인 플레어를 발사하기도 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자국민 및 현지 조력자 대피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려했던 폭탄 테러가 이날 오후 공항 외곽에서 두 차례 발생했다.
IS는 자체 운영하는 아마크 뉴스통신을 통해 자신들이 이번 테러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IS는 소속 요원이 폭발물을 소지한 채 모든 보안 시설을 뚫고 미군 5m 이내까지 접근해 범행을 저질렀다고도 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테러는 카불 공항 애비 게이트와 해당 게이트로부터 약 250m가량 떨어진 배런 호텔에서 2차례 발생했다. 배런 호텔은 서방 국가들의 탈출 대기자들이 머무는 숙소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미국 중부사령관은 별도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테러로 미군 13명이 사망했으며, 18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아프간 정부 당국자 등을 인용해 미군 외 아프간인 6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미국 CBS방송은 이번 테러로 최소 90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로부터 저지당하지 않겠다며 대피작전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도중 희생자를 기리며 묵념하기도 했다. IS에 대한 공격을 시사할 땐 강경한 어조로 발언을 이어갔지만, 이따금 감정에 복받친 듯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재진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탈레반과 미군 철수 협의를 맺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일어난 모든 일은 근본적으로 내게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