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근로자가 사유 구체적으로 알고 충분히 대응할 수 있던 상황"
회사측이 직원을 해고하면서 해고 사유를 요약한 회의록을 전달했다면 적법한 해고 통지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K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K사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K사 승소 취지로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K사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에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 지 2달만에 A씨가 거래처로부터 허위 세금계산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K사는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사측은 A씨를 해고하고, 해고 사유를 논의한 회의록을 A씨에게 통지했다.
하지만 A씨는 사측이 해고 사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지방노동위에 구체 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사측이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앙노동위 역시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1·2심은 사측이 A씨에게 전달한 회의록에 해고 사유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지 않았다며 부당해고를 주장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측의 해고 통보가 적법하다고 보고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비록 회의록에 해고 사유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고 해도 A씨가 이미 해고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A씨가 해고 통지를 받을 당시 이미 사유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고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회의록에 의한 해고 통지를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