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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1800조 가계 빚 리스크 '시험대'


입력 2021.08.26 10:18 수정 2021.08.26 10:1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제로금리 시대 마감 '신호탄'

서민 이자 부담 가중 불가피

국내 가계신용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기준금리 인상이 마침내 현실이 되면서 가계대출을 둘러싼 불안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 빚이 사상 처음으로 18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게 될 변동금리 대출이 역대급으로 불어나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서민들이 느낄 압박감은 한층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1년 넘게 이어져 온 제로금리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금융 리스크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기존 0.50%였던 기준금리를 0.75%로 0.25%p 인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건 2018년 11월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이런 기조대로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몰고 온 제로금리 기조도 조만간 마침표를 찍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이번 달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경우 연내 두 차례의 금리 조정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


한은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하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p 낮추는 빅컷을 단행했다. 이어 같은 해 5월 0.25%p의 추가 인하 단행되면서 한은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인 0.50%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뉴시스
◆불어난 변동금리 대출 '직격탄'


제로금리로부터의 탈출이 본격화하면서 가장 염려를 낳는 부문은 연일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가계부채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에 직면하게 될 차주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가계신용은 1805조9000억원에 달했다. 가계신용이 1800조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을 합친 통계다. 가계 부채를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시장 여건에 따라 이자율이 바뀌는 변동금리 대출이 눈에 띄게 확대돼 있는 현실은 걱정을 키우는 대목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국내 은행들이 보유한 가계대출 총 잔액에서 변동금리 계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72.7%로 집계됐다. 같은 시점 은행들의 전체 가계대출 규모가 1030조4000억원임을 감안하면 749조1000억원 가량이 변동금리 계약이란 의미다.


현재 은행 가계대출의 잔액 기준 변동금리 비중은 2014년 8월에 기록한 73.2% 이후 82개월 만에 최고치다. 1년여 전인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해당 비율은 65% 안팎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 상반기 말부터 상승곡선이 가팔라진 모양새다.


이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끌어내린 시점과 맞물린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자 향후 대출 이자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변동금리를 선택한 차주들이 많아졌다는 해석이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가 감당해야 할 금융비용은 상당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적정 금리 인상폭으로 예측되는 1.37~1.54%p 만큼 국내 금리가 오르면, 연간 가계대출 이자는 최대 28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과거의 경험을 감안하면 가계대출 이자율 상승이 금융권 전반의 위험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염려도 제기된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부터 이듬해 6월까지 다섯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그러자 2009년 말 0.5%정도였던 가계부채 연체율은 2012년 1.0%로 두 배나 치솟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경기 회복이 확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오름세가 가팔라질 경우 가계부채를 둘러싼 차주와 금융사의 위험이 모두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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