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전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임차인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항소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3부(부장판사 주채광·석준협·권양희)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를 매매한 A씨 부부가 임차인 B씨 등을 상대로 낸 건물인도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 부부는 지난해 7월5일 임대차보호법 시행 3주 전, 실거주 목적으로 임차인 B씨가 거주 중인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해 10월30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B씨 임대차계약은 올 4월 만료 예정이었다. B씨는 아파트 소유권이 A씨에게 넘어가기 직전인 지난해 10월5일 기존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기간 연장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A씨는 해당 주택 소유권을 넘겨받은 후 B씨가 계약갱신을 요구하자 법원에 건물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 부부가 개정된 임대차법 시행 전 실거주 목적으로 매매계약을 맺었고 임대차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대로 실거주할 예정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A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또 기존 집주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해 B씨와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실제 거주할 목적이라는 이유로 임대차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지는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할 당시 임대인을 기준으로 따지는 게 적절하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이처럼 판결이 엇갈린 이유는 임대차법을 적용하면서 1심은 매매계약 시점을, 2심은 소유권 등기 시점을 각각 기준으로 삼아서다.
B씨가 A씨 이전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갱신을 요구할 당시 아파트 소유권자였던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없었던 만큼 계약이 적법하게 갱신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게 2심의 판단이다.
그러면서 "개정된 임대차법 내용과 취지에 비춰볼 때 임대인 측 사정으로 볼 수 있는 '임대인이 임차주택을 매도했고 매수인이 실거주 의사가 있는 경우'를 계약갱신 거절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일방적 의사표시로 법률관계를 변동시킬 수 있는 권리고 해당 사건의 경우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했을 때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대차 계약 종료를 이유로 건물을 반환하라는 A씨의 청구는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