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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검은 '백운규 기소' 자신있다…있으나마나한 '檢수심위'


입력 2021.08.26 05:02 수정 2021.08.25 23:34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수사팀 "수심위 권고 존중하지만 배임교사 혐의 인정 입장" 추가기소 강행

빈번한 수심위 패싱에 무용론 '솔솔'…법조계 "김오수 리더십도 흔들려"

공소장 살펴보니… 수사팀 '백운규 움직인 것은 청와대 윗선' 파악한 듯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지검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관련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배임·업무방해 교사 혐의에 대한 추가 기소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수사팀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이들 혐의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의결했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는 '무용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상현 전 대전지검 형사 5부장(현 서울 서부지검 형사 3부장)은 지난 24일 대전지법에서 열린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부당개입 혐의 사건 첫 재판에서 "백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보면 배임교사 혐의도 인정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수심위 권고를 존중하지만 수사팀은 (수심위의) 결정 전이나 후에도 같은 의견"이라며 "공소장 변경 여부는 검찰 내부에서 상의해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수심위 결정을 뒤집고 기소·수사를 강행한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있다. 일례로 검찰은 지난해 '삼성 합병·승계 의혹' 사건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기소해야 한다는 수심위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했다. 같은 해 '채널A 사건' 관련해서는 수심위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을 권고했지만, 며칠 뒤 수사팀은 휴대전화 유심칩 압수수색을 집행하기도 했다.


애초 수심위는 검찰권에 대한 통제력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마련됐지만, 검찰이 권고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수심위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보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고검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전문가들이 며칠 달라붙어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사안을 비전문가들이 단 하루 회의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구조부터가 잘못됐다"며 "애초 현안위원 선정도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우려가 높아 검찰 내부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임 변호사는 이어 "김오수 검찰 총장이 스스로 기소 여부를 결단해야 하는데 이를 수심위에 맡기고 책임을 회피하려 하면서 자격 미달임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이렇게 내려진 결정에 대전지검이 반발하니 총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지검과 긴장 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월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유성구 대전교도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대전지검이 '무리한 수사' 및 '검찰권 남용' 등 비판의 위험을 무릅쓰고 백 전 장관 추가 기소 의지를 밝힌 것은 그만큼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수사팀은 월성 원전 가동 중단으로 한국수력원자력에 1480억원대의 손해가 났으며 이는 백 전 장관의 부당한 지시에 따른 탓인 만큼 정부가 손해를 보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원전 가동 중단을 한수원의 자발적 결정인 것처럼 꾸며 책임을 지지 않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얻은 셈이니 배임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게 수사팀의 주장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 공소장에는 2018년 4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 보고시스템에 '월성 1호기의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될 계획인가요?'라고 댓글을 달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청와대 행정관은 원전 정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담당 과장에게 월성 원전 즉시 가동 중단을 요구하며 "이것은 지금 대통령의 머리 깊이 박혀 있으신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공소장에는 백 전 장관이 2018년 4월 산업부 공무원으로부터 '월성 1호기를 2년 반 동안 한시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를 받자 "너 죽을래"라고 말하고, 즉시 가동 중단 취지로 재검토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장엔 이와 함께 '대통령', '문재인', '청와대' 등 단어가 수십회 적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백 전 장관을 움직이게 한 '청와대 윗선'의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팀이 충분히 파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임무영 변호사는 "애초 검사는 범죄 혐의를 입증할만한 확신과 근거가 있으면 주변의 정치적 상황과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기소를 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며 "백 전 장관 배임 기소를 강행하겠다는 것도 그만큼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했고 유죄를 받아낼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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