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링크 고가 사은품 지급에 LG헬로비전 '공기청정기' 제공 맞대응
LGU+, SK텔링크 파격 요금제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망 사업자에 제공
마진 낮춰서라도 가입자 뺏기 경쟁 치열…방통위 가이드라인 무색
최근 알뜰폰 시장의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출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SK텔링크가 저가 알뜰폰 요금제에도 고가의 사은품을 내걸고, 전례 없는 파격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알뜰폰 망 사업자인 이동통신사와 이통사 알뜰폰 계열사 모두 맞대응에 나섰다.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월 3만원 이내로 사은품을 제공하라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통신사 계열 알뜰폰 업체는 가이드라인을 사실상 준수하지 않고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LG헬로비전 알뜰폰 ‘헬로모바일’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5종에 가입하면 출고가 10만원대 샤오미 공기청정기를 1000명에 선착순 증정하는 한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공기청정기 지급 이벤트는 사전에 준비한 일시적 프로모션이며, 앞으로도 시장 안정화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파격 사은품 증정은 이달 들어 치열해진 알뜰폰 가입자 유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자회사 ‘SK텔링크’의 알뜰폰 브랜드 SK세븐모바일이 최근 파격 요금제를 출시하고 공격적인 사은품을 지급하는 초강수를 두며 가입자 유치에 본격 나섰기 때문이다.
SK세븐모바일은 이달 초 모든 셀프개통 대상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신세계 사은품 3만원권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또 특정 요금제에 가입하면 추석 선물세트, 커블체어, 신세계 상품권 2만원 등을 제공하는 등 사은품 행사 대다수 진행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두가 되며 가입자가 몰렸다.
이를 두고 사은품 규모가 과도하다며 출혈 경쟁 지적이 일자 결국 SK텔링크는 지난 12일부터 모든 요금제에 지급하던 사은품 지급을 중단키로 했다. SK텔링크 관계자는 “7GB+3mbps 요금제 출시로 요금제 자체의 경쟁력을 높였고, 업계와 상생하자는 차원에서 사은품 지급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세븐모바일은 사은품 뿐만 아니라 전례 없는 파격 요금제를 선보이며 업계의 반향을 일으켰다. 이달 초 1만6900원에 롱텀에볼루션(LTE) 데이터 7기가바이트(GB) 소진 시 속도제한 3메가비피에스(mbps)(문자500건, 음성 500분)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프로모션이 아닌 '평생' 요금제로 출시했다.
알뜰폰에서 1만원대에 소진 시 속도제한 3mbps를 지원하는 것은 SK세븐모바일이 처음이다. 종전 동일 가격대에 알뜰 요금제들이 제공하던 1mbps는 카카오톡, 웹 서핑 정도만 가능한 반면 3mbps는 HD화질(720p) 동영상 스트리밍 등이 가능해 사실상 무제한 요금제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알뜰폰 사업에 적극적인 LG유플러스가 맞대응에 나섰다. 지난 20일부터 자사 알뜰폰 망 사업자들에게 이와 동일한 스펙의 요금제를 더 낮은 가격인 7700원(1년 약정)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에이모바일, 서경모바일 등 중소 사업자들이 해당 요금제를 출시했고 향후 자회사들까지 확대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SKT 망 점유율 밀리고 SK텔링크 가입자 감소…파격 요금제·사은품으로 반격
최근 몇년간 SK텔링크는 타 이통사 계열 알뜰폰 회사의 사은품, 프로모션 요금제 경쟁에 동참하지 않았었다.모회사인 SK텔레콤 역시 알뜰폰 망 의무제공 사업자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알뜰폰 망 사업에 관심이 낮았다.
그 사이 SK텔링크의 가입자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 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가입자 77만명으로 이통사 계열 가운데 점유율 2위였던 SK텔링크의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52만명까지 줄어들었다. 반면 KT엠모바일은 80만명을 넘기며 1위로 올라섰고, 미디어로그, LG헬로비전 등이 60만명대로 경쟁하며 시장이 재편됐다.
동시에 이통사 차원에서도 LG유플러스와 KT가 알뜰폰 망 회선을 늘리기 위해 사업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U+알뜰폰 파트너스’ 프로그램을 앞세워 최대 데이터 150GB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KT는 자사 망 사업자에 최대 월 15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지난 4월 LG유플러스가 알뜰폰 망 회선 점유율에서 SK텔레콤을 제쳤고, 지난 6월에는 KT 52.7%, LGU+ 24.2%, SKT 23.1% 등 순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여기에 SK텔링크가 기업대기업(B2B) 사업 SK브로드밴드 매각, 중고폰 사업 SK네트웍스 매각으로 국제전화와 알뜰폰 사업만이 남게 되자 본격적으로 알뜰폰 사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뺏고 뺏기는' 경쟁은 가입자 이탈이 잦아져 결국 알뜰폰 사업자들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 알뜰폰 업체는 고가의 사은품 경쟁에 동참하는 것 조차 버거워 경쟁에서 소외되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사용자들은 체리피커(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가 많아 타 사에서 대응하면 요금제를 옮길 여지가 크다"며 "SK텔링크 사은품 지급 중단으로 과도한 경쟁은 진정되겠지만 앞으로 이같은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