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바이러스·접종 연령 하향 대비" 당부
백신 공급 논란에는 사과 또는 유감 표명 無
'집단 면역' 대신 '2차 접종 완료' 표현 사용
野 "K방역 홍보쇼 하다 백신 골든타임 놓쳐"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내년 코로나19 백신 예산을 충분히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향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현, 접종 연령 하향 조정 등 변수에 대비하라고 당부한 것이지만, 백신 수급 논란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해 비판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내년도 예산안을 보고받은 뒤 "백신 구입 예산이 충분히 편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현이나 접종 연령 하향 조정 등 여러 변수가 있으므로 백신 예산만큼은 여유 있게 편성해 코로나 대응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정책은 예산을 통해 구현되므로 예산은 정책 방향을 말해준다"며 "비상 상황인 만큼 위기 극복 예산이 필요하고, 확장 재정과 재정 건전성의 조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까지도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 논란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지난해 말 문 대통령이 모더나사 CEO와 직접 통화해 백신 공급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모더나사는 지난 6일 8월 공급 물량 850만회분 중 절반 이하만 공급할 수 있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 모더나와 계약한 4000만회분 중 실제 도입 물량은 6.1%인 245만여회분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긴급하게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늘렸다. 모더나사는 공급 물량과 일정을 주말에 통보하기로 했고, 정부는 이르면 22일 관련 내용을 브리핑할 예정이다.
이처럼 코로나 확산세에 더해 백신 수급 불안 문제까지 불거지자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자신했던 '11월 집단면역 형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도 언젠가부터 '집단 면역'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있다. '모더나'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도 없다. 백신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가장 최근 발언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의 "백신 접종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 10월이면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것이며 목표 접종률을 더욱 높이겠다"다.
이에 대해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코로나 확진자 폭증은 문재인 정부가 'K방역 홍보쇼'에만 골몰하다가 백신 골든타임을 놓친 결과"라며 " K방역 홍보비는 펑펑 쓰면서 정작 온 국민의 생명이 걸린 코로나 백신에는 세금을 아낀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8일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모더나의 호갱님"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모더나와 백신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분기별' 공급물량을 구체적으로 약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년 말 이런 호구 계약을 하면서 대통령은 모더나 CEO와 화상통화 장면이나 공개하고 폼 잡으셨나"라고 꼬집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는 10월까지 전 국민의 7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선 "모더나사의 공급 차질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다시 한번 약속을 하신 것"이라며 "저희들은 일단 약속드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수 있고 현재 상황으로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는 다짐의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