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개발사업 수직분리 가닥
실효성↓ 지적에도 '답정너' 혁신안 추진 반발
"졸속 추진, 3기 신도시 등 주택공급 지연 불가피"
정부가 각종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모회사, 자회사로 수직 분리하는 개편 방안을 추진하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논의 없이 도출된 개편안을 밀어붙일 경우 정부가 당장 추진하는 공급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신규택지 발표 재개 앞두고 LH 수직분리 '속도'
21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앞서 20일 국회에서 LH 조직개편안 2차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선 1차 논의 당시 공개된 3가지 안 중 정부안으로 설정된 제3안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3안은 주거복지부문을 모회사, 토지·주택 등 개발사업부문을 자회사로 수직 분리하는 방식이다. 해당 정부안 용역을 실시한 법무법인 태평양은 자회사 개발이익을 교차보전하는 방식으로 모회사 주거복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봤다.
통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모·자회사의 공공기관 지정을 통해 부문별 정부 통제를 적용하는 동시에 모회사가 자회사를 통제하는 '이중 통제장치'를 구축하면 된단 설명이다. 또 주거복지 경쟁력은 자회사 개발사업에 따른 이익을 모회사로 배당(또는 출연)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거복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는 토지·주택부문이 모회사 통제 범위에 있어 실질적으로 주거복지부문의 지배력 행사가 가능하고, 모회사 사업 추진에도 보탬이 될 거란 구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이달 말 최종안을 확정한단 계획이다. LH 투기사태로 지연된 13만가구 규모 신규택지 후보지 발표도 이달 말부터 재개한다고 밝힌 만큼 서둘러 조직개편에 나서려는 모습이다.
정부의 공급대책을 실행하는 LH의 조직개편 작업이 마무리되지 못하면 목표한 주택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해체주의' 매몰된 졸속 개편안…공급계획 되레 '차질' 우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개편안을 마련할 경우 되레 정부의 공급계획부터 틀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LH가 수행하는 기능에 대한 세밀한 검토 없이 '해체주의'에만 매몰돼 단순히 조직을 쪼개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기행위 자체가 문제라면 관련 직원들을 해고하면 되는 문제"라며 "조직을 해체하기 위해선 그 외 또다른 부패 등 심각한 문제가 있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진단이 없다"고 꼬집었다.
심 교수는 "LH는 도시재생, 주거복지, 국가정책사업 및 기타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다 아우른다는 점에서 모·자회사 분리는 비상식적"이라며 "조직이 난장판이 됐는데 당장 3기 신도시 토지보상 문제 등 정부의 공급사업부터 차질을 빚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인 이강훈 변호사는 "모회사가 비수익 사업인 주거복지, 자회사가 수익사업인 토지·주택사업을 담당하면 자회사가 돈을 벌어와야 한단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며 "결국 수익성을 추구해야 할 동기부여로 작용해 공공주택사업 공공성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5년까지 250만호, 3기 신도시, 공공재개발 등 LH가 수행해야 할 과제는 이전보다 더 많이 부여하고 조직을 쪼개자는 건 모순"이라며 "정부가 LH를 통해 2030년 정도까지 3기 신도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사업 추진 동력은 물론 향후 부채 급증 우려 등으로 정부 정책 수행 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전 국민을 세입자로 만들겠다는 건지, 집주인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건지 정부가 목표 설정을 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니 이런 개편안이 도출된 것"이라며 "LH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라면 기존 조직을 유지하고 별개로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조직을 새로 꾸리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제언했다.
또 "수도권에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지방보다 개발이익이 더 많이 발생하는 구조인데 자칫 완전한 지역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며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하는데 되레 국가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 같은 비판에도 국토부는 기존 3안에 따라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투기 문제를 해소하고 주거복지 측면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하단 주장이다.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앞으로 토지개발로 인한 개발이익은 점점 줄어들게 될 텐데 이는 조직을 둘로 쪼개지 않아도 당면할 문제"라며 "LH 조직개편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고 일부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LH 노조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회사가 모회사를 교차보전하는 문제는 종합부동산세 재원을 활용해 재정지원을 늘리는 등 원칙을 세워 재정을 늘려나가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