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간단하고 채온 잴 필요 없어 편법 난무, 실효성 의문…바쁜 등교시간 자주 먹통 '답답'
현직 교사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은 학생들의 실행 여부 확인하지 않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 속에서 전국 중·고등학교의 2학기 개학이 본격화됐다. 학생 확진자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행된 불안한 개학인 만큼 개학과 동시에 학생들의 자가진단이 시작됐지만, 학생 개인의 재량에 맡겨지는 탓에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자가진단 앱은 지난해 9월 교육부에서 내놓은 것으로 유치원 및 초·중·고교 학생들이 이용 대상이다. 학생들은 방역 관리를 위해 체온,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 진단검사 여부 등을 앱에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 대부분은 귀찮다는 이유로 편법을 쓰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한모(15)양은 "질문 항목이 3개밖에 안 되고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면 돼서 대충한다"며 "체온을 측정해서 정확한 온도를 적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체온을 잴 필요도 없고 친구끼리 대신해준 적도 많다"고 말했다.
한 양은 특히 "대면수업 때문에 등교할 때는 교문 앞에서도 검사를 하기 때문에 굳이 아침에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며 "바쁜 등교 시간에 자가진단 어플리케이션이 먹통이 되는 경우가 많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윤모(17)군은 "자가진단을 하지 않아도 따로 학교에서 연락이 오지 않아 안 한 적이 더 많다"며 "열이 난다고 답변하면 등교를 하지 않고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쉬어야 해서 오히려 자가진단을 악용해 학교에 오지 않으려는 친구도 있다"고 밝혔다.
윤 군은 또 "주변 친구들도 귀찮다며 자가진단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학부모가 자녀 대신 자가진단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일부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 링크가 공유되고 있다. 매크로는 한 번만 입력하면 사용자가 매일 입력할 필요 없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자가진단을 처리해준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윤모(51)씨는 "맘 카페에 매크로를 이용해서 자가진단을 할 수 있는 방법이나 링크가 올라와 있다"며 "아이 여럿을 둔 학부모들이 여러 명의 자가진단을 하려고 매크로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아침마다 체크하는 게 번거로운 것도 문제지만 질문이 너무 간단해 실효성이 있나 의문이 든다"며 "솔직히 이대로는 방역에 도움이 될 지 잘 모르겠고 다른 보완 없이 이대로 등교를 하게 되면 학교 내 집단감염은 아니더라도 작은 규모의 감염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자가진단이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학부모 사이에선 등교 거부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이모(41)씨는 "학생 스스로 자가진단을 하는 것이 최소한의 방역 대책인 것은 맞다"며 "다만 질문이 간단하고 굳이 검사를 하지 않아도 돼서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은 학생들의 실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김모(27)씨는 "자가진단에 열이 난다고 답변해도 코로나19 검사가 필수가 아니다"며 "전면 등교를 하는 경우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기 불안한 학부모들이 자가진단을 악용해 등교를 하지 않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개학 당일에도 서버가 마비돼 오랫동안 자가진단을 할 수 없었다"며 "아이들이 많이 들어가는 시간에 서버가 막히는 일이 빈번해 서버와 확인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