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물가 상승...인상 ‘우세’
코로나 4차 유행 최대 변수...한은 ‘장고’
고승범 금통위원이 금융위원장 호보자로 지명받으면서, 오는 26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승범 후보자는 유일하게 금리인상을 주장했던 ‘매파’ 성향의 금통위원이다. 다만 고 후보자가 이번 금통위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금리인상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 후보자는 오는 26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금통위는 기존 7인에서 이주열 총재 등 6인으로 회의가 진행된다.
현재 고 후보자는 금통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이 고 후보자의 금통위 퇴임 일정을 국회 청문회 일정을 고려해 정하기로 한만큼, 법적으로는 금통위 참석이 가능한 상황이다. 국회 청문회 일정은 금통위 개최 하루 뒤인 27일이다.
그러나 금통위원은 객관적이고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고 내정자가 금통위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이유로 이례적으로 공식 불참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상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오면 다음 회의에서 기준 금리가 조정돼왔다. 지난 7월 금통위 의사록을 살펴보면, 고 후보자가 금리인상에 대한 소수의견을 냈고 고 후보자를 포함한 5명이 금리인상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주열 총재 역시 지난달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8월 금통위에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을 논의하고 검토할 때”라고 밝히기도 했다.
금통위에서는 고 후보자가 빠진 나머지 6명의 다수결에 따라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인상과 동결 의견이 3대3으로 나올 경우 재의결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대표적인 매파 성향의 인사가 빠진 만큼,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약해질 것으로도 보고 있다. 하지만 금통위원 대다수가 금리 인상의 공감대를 형성했고, 금융불균형이 악화된 만큼 더는 금리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계대출은 꺾일줄을 모르고 있고 암호화폐,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의 쏠림은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다. 빚으로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한계에 다다랐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10조원 가까이 늘어났고,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 3월말 기준 831조8000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1년 동안 18.8% 급증했다.
물가도 넉달째 2%대에 진입하며 비상이 걸렸다. 금융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연내 조속한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8월 한은이 기준금리 0.25%p를 올릴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8월을 시작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2차례 단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025%에서 0.25%p씩 두 차례 상향을 통해 0.75%까지 오른다는 시나리오이다.
고 후보자가 금융위 수장으로 임명된 이유 역시 정부에서도 통화정책을 통해 부동산 등을 통제하려는 의지로 읽혀진다는 분석이다.
단, 지난달 시작된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오래 지속되는것은 최대 변수다. 신규 코로나 확진자 수는 지난달 하루 1000명대에서 이달 2000명대를 돌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도 길어지며 한국 경제가 하반기 침체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한은이 장고 끝에 기준금리를 올릴지, 10월로 미룰지 눈이 쏠린다.
올해 금리 결정을 할 수 있는 금통위 회의는 오는 26일을 비롯 10월 12일과 11월 25일 등 단 세차례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