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사전청약, 최고 381.1대 1 경쟁률로 마감
대기수요 흡수 제한적, 본청약·입주시기 모두 불확실
"당첨자 모두 전세수요로 남아, 관련 대책 수반돼야"
정부가 사전청약을 확대해 부동산 매수세를 조금이라도 꺾어보려는 모습이다. 계속되는 '고점 경고'에도 시장 과열 분위기가 사그라지지 않자,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전청약 물량을 늘려 내 집 마련 대기수요를 붙잡아두겠단 복안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토지도 확보하지 못해 공급 불확실성이 여전한데 당장 눈앞의 분양물량 늘리기에만 집중하고 있어 자칫 시장 내 수급 불균형만 키울 수 있단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 11일 정부의 첫 공급대책 성과로 꼽히는 3기 신도시 등 사전청약 1차 접수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마감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천계양, 남양주진접2, 성남복정1 등 총 4333가구 공급에 9만3798명이 청약했다.
공공분양 사전청약 경쟁률은 28.1대 1, 신혼희망타운은 13.7대 1 등이다. 이번 분양물량 중 유일한 3기 신도시인 인천계양은 709가구 공급에 3만7255명이 접수해 5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 주택형은 모두 세 자릿수 경쟁률을 나타냈다. 사전청약 최고경쟁률을 기록한 인천계양 전용 84㎡는 28가구 모집에 1만670명이 몰리며 381.1대 1을, 남양주진접2 같은 주택형은 45가구 공급에 5053명이 집중돼 112.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청년 및 신혼부부 배정 물량이 많았던 만큼 젊은 수요층의 참여도가 높았다. 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 신청자 중 30대 이하 비중은 56.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신혼희망타운은 90.3%에 달한다.
이러한 관심에 부응해 정부는 추진 중인 민영주택, 2·4대책 등에서도 사전청약을 확대 시행한단 방침이다.
문제는 사전청약은 본게임에 앞선 몸풀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상 공급효과는 입주시기와 맞물려 나타나는데 사전청약 '공수표'를 남발하는 것으론 수요를 붙잡아두는 것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민간분양의 경우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지을 부지를 우선 마련한 뒤 청약에 나서기 때문에 대략적인 준공시점 등을 예측할 수 있다.
반면 정부는 신규택지에 대한 토지보상 문제를 온전히 매듭짓지 않은 채 사전청약부터 진행한 상태다. 대부분 택지지구가 서울 접근성을 고려한 수도권 도심과 인접해 토지주들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단 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실제 공급이 계획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일부 지구에서 비교적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더라도 본청약은 1~2년 뒤, 실제 입주는 4~5년 뒤를 내다봐야 한다. 당장 치솟은 집값을 잠재우기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 현재 시장 내 공급물량은 전혀 변함이 없어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 같은 우려 등으로 사전청약은 과거 실패한 제도로 평가된 바 있다. 이명박정부가 추진하던 보금자리주택은 사전청약 이후 본청약까지 최장 8년이 소요됐다. 사전청약 당첨자 1만3000여명 가운데 실제 입주한 사람은 5000명 정도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전청약만으론 지금 시장의 수급 불균형 상태는 개선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늦게라도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수요를 붙잡아 약간의 효과는 거두겠지만 이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평수가 넓을수록 청약경쟁이 치열한 건 결국 국민이 원하는 주거수준에 맞춰 공급해야 하는데 물량만 늘렸기 때문"이라며 "대기수요 흡수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사전청약을 확대하게 되면 당첨자들이 입주시점까지 전세계속수요로 남게 된다"며 "공급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려면 전세대책도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 부분은 없어 희망고문만 하고 전세시장 불안만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