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위크 '전 종목' 정정신고 제출
기업평가 '잠재적 리스크' 불포함
전문가 "공모가 산정 재고할 시점"
기업공개(IPO) 대어들이 고평가 암초에 부딪히며 공모 흥행에 실패했다. 주요 원인으로 수요예측 진행 전 희망공모가 밴드 자체가 높게 설정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모주가 시장 안정을 저해한다는 판단에 금융당국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12일 IB업계에 따르면 이번 IPO 슈퍼위크 기간(8월2~13일) 공모에 나선 11개 종목 모두 증권신고서를 고쳐냈다. 크래프톤과 플래티어와 브레인즈컴퍼니, 딥노이드 등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직접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았다.
금감원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다. 최근 공모주들에 대한 정정신고서 요구에는 공모가 산정을 문제 삼은 경우가 다수 포함됐다. 특히 기업가치 추산 과정이 복잡해 오해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페이의 증권신고서를 돌려보내며 "정정 제출을 요구한 부분 중 공모가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신고서에는 희망공모가 밴드를 산정하는 기업평가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비교 기업과 분석기관의 평가의견 등이 명시돼 있어 청약에 참여하는 기관과 개인의 판단 근거로 참고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최초 증권신고서에서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을 포함시키며 시장에 주목을 받았다. 대표작인 배틀그라운드 등의 지식재산(IP)을 바탕으로 게임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판단은 싸늘했다. 크래프톤은 새로 제출한 정정신고서에선 월트디즈니 등을 비교대상에서 제외시켰고, 몸값도 10% 낮췄다.
슈퍼위크 기간 벌어진 고평가 논란을 의식한 듯 최근 기업공개에 나서는 기업들은 줄지어 증권신고서를 정정하고 있다. 이달 들어 스펙과 리츠를 제외하고 14개 종목이 상장준비와 증권발행조건 확정을 알리기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14개 종목 중 10개 종목이 최초 증권신고서에서 일부 내용을 고친 정정신고서를 냈다.
다만, 업계에선 기업평가 과정 자체는 엄밀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희망공모가 밴드는 주관사와 상장사를 비롯해 분석기관의 평가의견 등이 반영된다. 비교 기업 선정도 모집군을 좁혀가며 최종 선별해 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PO에 나서는 기업의 가치평가를 산출하기 위해 3~4개월 이상의 검증기간이 필요하다"며 "어느 한 쪽의 입김이 반영되지 않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고 강조했다.
시장과의 시각차는 기업평가에 잠재적 위험의 포함 유무 때문에 발생한다. 크래프톤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희망공모가를 산정하는 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경기변동에 따른 위험 ▲회사의 영업 및 재무에 대한 위험 ▲산업에 대한 위험 ▲회사가 속한 산업의 성장성 ▲주식시장 상황의 변동가능성 등은 반영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크래프톤은 IPO 기자간담회에선 상장 후 사업 확장 등 잠재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공모가 산정을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재고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모 청약률은 개인투자자 실수요뿐 아니라 공모주의 시장가격 또는 수익률 정보로도 볼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상장 직후 공모주를 매수하는 주체일 뿐 아니라, 상장 주식 수 대비 매수하는 비율도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슈퍼위크 결산③]에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