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현대아파트 전직 경비원들 임금소송서 승소
대법 "휴게시간은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된 시간"
경비원이 휴게시간에도 근무복을 입은 상태로 대기하고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이를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직 경비원들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던 A씨 등은 2018년 2월 "휴게시간으로 규정된 시간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을 했다"며 휴게시간과 매달 2시간씩 받는 산업안전보건교육을 근무로 간주해 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맺은 단체협약에서는 점심·저녁·야간 휴식 등 총 6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기로 했지만, 휴게시간에도 근무복을 입고 경비실에서 무전 지시를 받으며 주차관리 등을 한 만큼 근무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1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휴게시간이 실질적인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경비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매달 2시간씩 받는 산업안전보건교육도 20분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A씨 등이 휴게시간에도 1평 남짓의 좁은 경비초소에 근무복을 입은 채 머무르면서 입주민들의 돌발성 민원에 대응해야 했다며 원심을 깨고 해당 시간만큼 미지급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산업안전보건교육도 교육시간 전체를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도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중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돼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으로, 휴게시간이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다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며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다만 대법원은 연 20%로 산정한 지연이자율에 대해서는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임금의 존부를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사유가 존속하는 기간에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지연이자율 20%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지연이자율만 적용하고, 원심 선고일 이후부터 연 20%의 지연이자율을 적용할 것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