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구독자와 문자폭탄으로 압박
'번복 아니라지만…' 결국 의총 개최
'의원보다 막강한 파워' 與 셀럽들
나꼼수 김어준 원조, 힘 실어줬던 文
더불어민주당이 8월 임시국회 개회 시기에 맞춰 의원총회를 열고 법사위 반환 협상에 대한 의견수렴에 들어간다. 친여 유튜버들의 반발과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일부 당내 의원들이 가세하며 의원총회 개최까지 이어진 셈이다. ‘의원보다 더 막강하다’는 친여 유튜버의 힘이 확인된 대목이다.
지난달 23일 의총 당시, 민주당은 소속 의원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는 법사위원장 반환을 포함한 하반기 원구성 협상안을 가결시킨 바 있다. 하지만 당일 오후 개싸움국민운동본부 이종원 대표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정권 재창출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한 뒤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지층의 문자폭탄 시작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정청래 의원 등 주요 정치인까지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물론 민주당은 여전히 합의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표결이 끝난 사안을 다시 얘기하는 것은 일사부재에 해당한다”며 “법사위 개혁 방식과 여야 합의가 잘 진행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지층 반발에 당혹감은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번 의총 소집은 하나의 단적인 사례일 뿐, 이른바 ‘친여 스피커’들은 민주당의 주요 결정과 선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방송인 김어준 씨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이해찬 대표부터 윤건영‧고민정 후보 등 핵심 후보들이 앞다퉈 출연해 지지를 호소했고, 이어진 전당대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씨 외에도 김용민 TV, 이동형 TV, 박시영 TV, 시사타파 TV, 열린공감 TV, 새날 등 크고 작은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작게는 수만에서 많게는 수십만의 구독자를 자랑하며, 지지층 여론 형성을 통해 민주당 주요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특정인의 전화번호를 공개하며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을 종용해 당에 직접적인 압력도 행사한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무시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고 했다.
강준만 “민심과 더 멀어져”…진중권 “지지자 세뇌 자업자득”
정치권 셀러브리티나 인플루언서는 예전부터 존재했으나, 여권의 최근 상황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민주당의 오랜 당직자는 “민주당 지지층은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큰데, 나꼼수가 크게 히트하며 갈증이 해소됐었다”며 “대안언론에 대한 수요가 커진 상황에서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만나 시너지를 일으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대선이 중대 변곡점이었다. 유력 주자였던 문재인 당시 후보는 이들과 적극 소통하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또한 이들이 중심이 된 ‘문자행동’에 대해 “시민들의 정당한 의견”이라고 감쌌다.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을 “민주주의의 양념”이라고 표현한 것은 지금까지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문제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는 ‘왝 더 도그(Wag thd Dog)’ 현상이 강해지면서, 일반 국민 여론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4.7 재보선 참패 후 민주당 내에서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과 함께 문자폭탄의 문제점 등이 거론됐지만, '초선 5적' 등의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고 유야무야 넘어갔다. 오히려 전당대회와 대선 경선이 맞물려 일부 스피커와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은 더 커지는 형국이다.
이를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지자들 세뇌를 시켜놨으니 재미는 다 봤고 이제 비용을 치를 차례”라며 “자업자득”이라고 지적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물과 사상'에서 “강성 문파의 대주주 격인 김어준과 강성 문파의 활약이 거세질수록 야권은 겉으로 화를 내는 척하면서도 내심 흐뭇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이들은 내내 민심과 멀어지는 길을 내달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다선 의원들은 이들에게 아첨하기에만 바쁘니 참으로 비겁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고 혀를 찼다.